피해 지역 시의원들 "의장이 협의 결과 잘못 전달…내달 특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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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사고 현장. |
단수사고 청주시 연거푸 '헛발질'…의회 덩달아 '엇박자'
'중요 임무' 원인조사·피해배상 TF팀장, 알고 보니 '휴가 중'
피해 지역 시의원들 "의장이 협의 결과 잘못 전달…내달 특위 구성"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지난 1∼4일 발생한 청주 13개동 수돗물 단수 사태를 둘러싼 청주시와 청주시의회의 대응이 지나치게 허술하고 안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주시는 단수 사태 발생 이후 안일한 대처로 피해를 키워 시민들의 분노를 산 데 이어 수습 과정에서도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그야말로 위기 대응능력의 총체적 부실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 시청 국장 출신이 사고원인조사 위원장…부적절 논란
시는 상수도·토목·기계 분야 대학교수 3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사고원인조사위원회가 지난 10일부터 활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통합정수장·지북정수장 도수관로 연결 공사와 관련, 단수 가능성을 간과한 이유와 도수관로 이음부 1·2차 파손의 기술적 원인을 밝히게 되다.
문제는 외부 전문가들로 사고원인조사위를 구성한다고 공언해놓고 시청 국장 출신 이춘배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 대표이사를 조사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스스로 제시한 원칙을 어긴 것이다.
그는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주무관과 팀장으로 잔뼈가 굵어 상수도 전문가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는 이승훈 시장이 지난해 연말 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 대표로 추천한 인물이다.
공직에서 퇴직했으니 그가 '외부인'이라고 청주시는 강변할 수 있다. 그러나 퇴직후 자리를 보전해준 이 시장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돌아가는 단수 사고 조사권을 이 대표에게 부여한 것은 공정한 조사가 담보될 수 있느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위원들의 호선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이 조사위의 위원장까지 맡았다.
순수 민간 차원의 전문가가 성역 없이 문제점을 파헤쳐 주기를 바라는 시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조사위가 구성된 셈이다.
◇원인조사·피해배상 TF팀장 임명하고 나니 '휴가 중'
시는 단수 원인 조사·피해 배상 태스크포스(TF) 구성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TF는 사고조사위 업무 지원, 배상 협의 기구 구성 등 배상 업무, 피해 주민 민원 업무를 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10일 팀장 1명 을 포함해 4명으로 꾸려졌다.
피해 지역 주민들을 보듬기 위해 발 빠른 대응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는 "중요한 업무인 만큼 추진력과 법 전공자 등 전문 지식을 갖춘 직원들을 뽑았다"고 생색도 냈다. 그러나 TF 구성은 속도만 빨랐다.
그렇게 '중요한 업무'인데도 TF 팀장은 휴가지에서 차출 소식을 들었고, 지금도 휴가 중이다. TF를 만든 안전정책과도 팀장이 휴가 중이라는 사실을 지난 11일 파악했다.
통합정수장·지북정수장 도수관로 연결 공사를 사전에 안내하지 않은 것부터 시작된 시의 허둥대는 대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조사특위 '구성한다→안한다→한다' 오락가락 의회
주민 대의기관이라는 시의회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병국 시의장은 단수사태 사흘째인 지난 3일 기자실을 방문, "9월 회기 때 단수 사고 조사특별위원회(조사특위)를 구성해 운영할 것"이라며 매를 들 뜻임을 밝혔다.
그런데 지난 10일에는 딴사람 같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집행부 사고원인조사위가 철저히 조사해 대책을 제시하기를 당부한다. 조사 결과 미흡한 점이 나타나면 보완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어물쩍 발을 뺐다.
사고원인조사위 활동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굳이 조사특위를 구성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뉘앙스를 풍겼다.
최진현, 최충진, 김성택, 한병수 의원 등 단수 피해 지역인 상당구 시의원들이 발끈했다.
이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9월 임시회에서 조사특위가 예정대로 가동된다"고 말했다.
최근의 의장단 협의 결과는 자료 수집 등 충분한 준비를 위해 9월에 조사특위를 가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시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자는 것이었는데 김 의장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조사특위가 물 건너간 것으로 비쳤다는 것이다.
3선의 중진인 최진현 의원은 같은 새누리당 소속인 이 시장과 김 의장을 향해 날을 세우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집행부나 의회의 수장은 말을 아끼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단수 사태와 관련, 시와 시의회의 대응 난맥상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항에서 시의회 각 상임위원회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미뤘던 해외연수를 이달 중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은 숨 막히는 폭염 속에서 단수로 피해를 본 주민들의 부아를 치밀게 하고 있다.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비난 여론의 수위가 훨씬 높자 시의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단수 피해 지역 시의원들은 지역구 정서를 고려, 해외연수 불참을 진지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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