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문화재를 파괴한 그들이 남긴 기록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일제기 문화재 피해 자료' 증보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본으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찾아오기 위해 노력했던 미술사학자 고(故) 황수영 박사가 일제강점기 문화재 피해 자료를 모아 1973년 펴냈던 책이 새롭게 발행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광복 70주년과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민간단체인 한국·조선 문화재 반환 문제 연락회의(이하 연락회의)와 함께 '일제기 문화재 피해 자료'를 증보 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책은 황수영 박사가 조선총독부의 '조선고적도보', '조선고적조사보고' 등 각종 보고서와 일본인 연구자의 논문, 문화재 관련 기사 등을 수집한 뒤 자료집 형태로 공개했던 것이다.
자료집에는 일제강점기 문화재 관련 법령과 행정 자료, 고분 유물, 도자, 조각, 전적, 회화 등 분야별 피해 상황이 10장 190항목으로 정리됐다.
예컨대 핫타 쇼메이(八田蒼明)는 1934년 "대낮에 당당하게 인부를 거느리고 무덤의 위쪽부터 마구 파헤쳐 쓸 만한 부장품을 꺼냈던 것이다"고 적었다.
또 야쓰이 세이쓰(谷井濟一)는 1911년 "최근 이곳에서는 석등을 모아 놓는 것이 유행으로 묘지 앞의 석등은 물론이고 심하면 묘탑까지 가지고 오는 것에는 놀랄 지경"이라고 '고고학잡지'에 기고했다.
1940년대 이후에는 '국민의 사상 통일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항일 전적비와 공훈비를 박물관으로 옮기거나 폭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외에도 총독부가 1910년 석굴암 전체를 해체해 경성으로 옮기라고 명령했다는 사실과 경천사지 삼층석탑,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 불법적으로 이전, 매매됐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일제기 문화재 피해 자료는 이처럼 공분을 일으킬 만한 내용을 충실히 담았으나, 200부만 등사본으로 인쇄돼 한국미술사학회 정기간행물인 '고고미술'(현 '미술사학연구')의 부록으로 배포됐다.
이번 증보판 발행은 2011년 이양수 연락회의 간사가 일본 도쿄에서 우연히 이 책을 구한 뒤 번역 과정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공문서 열람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증보판은 기존 책자의 편집 방향을 그대로 따르면서 이양수 간사와 이소령 일본 고려박물관 이사가 원문의 앞뒤에 내용을 보완하는 형태로 구성했다.
또 유물의 도판과 사진을 추가하고, 강희정 서강대 교수와 이기성 한국전통문화대 교수의 해제를 실어 독자가 해당 자료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글판을 내놓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연락회의는 오는 11월 일본에서 일본어판을 발간할 예정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양국에서 일제기 문화재 피해 자료 증보판이 발간되면 우리 문화재의 피해와 반출 과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를 계기로 국외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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