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으로 만나는 한일 문화…'交, 향'展
일본 작가들 "양국 문화 교류에 참여 의미 둬"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서울 올림픽, 호돌이, 도쿄 올림픽, 스시….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0월18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交, 향'은 양국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두 나라가 밟아온 역사와 문화 아이콘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은 '서로 어우러져 진동한다'는 의미에서 출발, 한일 디자이너와 디자인 문화가 만나 서로 어우러져 즐기고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자는 뜻에서 쓰였다.
지난 50년간 한일 그래픽 디자인의 흐름과 경향을 짚어보는 이번 전시에선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의 대표작부터 중견과 젊은 디자이너의 작업까지 다양한 모습을 조망한다.
한국 59명, 일본 53명 등 작가 112명이 참여해 포스터, 책 디자인, 영상, 패키지 등 400여점을 선보인다.
1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는 일본 작가 3명이 참여해 전시 참여 의미를 설명했다.
일본에 디자인학교를 설립한 나카가키 노부오는 "문화 분야에선 국경을 배제하고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싶다"며 "서로 교류하면서 문화를 키워나가면 정치의 벽이 있다 해도 양쪽의 마음을 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선 한국 디자인에 대해 잘 알려진 게 많지 않다"며 "전시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토대 객원교수인 오쿠무라 아키오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것처럼 지금 제게 가능한 일을 하려 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한국 유학생의 주택 보증인이 돼 준다거나 이런 작은 노력을 계속 해 나간다면 어떤 형태로든 교류가 꽃 피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이자 일본디자인센터 대표로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라 켄야는 디자인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디자인은 앞으로 이 세상을 조화롭게 균형 짓게 할 교양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역사는 물론이고 50년 미래를 생각하며 디자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위기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시대에 디자인은 그야말로 좋은 교양적 수단"이라고 거듭 말했다.
전시작 중 파란빛을 바탕으로 하는 조영제의 88올림픽 공식포스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완성됐다.
김현은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로 활짝 웃는 '호돌이'를 보여줬다.
산업화 과정에서 탄생한 여러 기업 이미지(CI) 디자인과 광고 포스터,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주요 공기업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작업도 선보인다.
타이포그래피와 편집디자인 분야에서 한국의 현대적 그래픽 디자인을 탄생시킨 안상수, 디자인의 사회적 실천을 옮기는 일상의실천, 듀오로 활동하는 슬기와민 등의 작업이 함께 소개된다.
일본 디자이너 가메쿠라 유사쿠의 1964년 도쿄올림픽 포스터는 육상과 수영 등 관련 사진을 이용한 것인데, 당시로선 새로운 방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다나카 잇코는 가부키, 우키요에 등 자국 전통문화에서 모티브를 차용해 얼굴을 테마로 제작한 포스터 시리즈를 만들었다.
사토 타쿠는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패션 작품을 스시 모양으로 연출해 촬영했다.
이번 전시에선 국내 디자이너 150명 대상의 통계로 보는 한국디자인 스튜디오 모습이 인포그래픽으로 펼쳐진다.
한일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학술행사, 좌담, 창작 워크숍 등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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