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엿보기> '갑질' 논란까지 불거진 출판계
중견급 N출판, 작가에 계약해지 위약금 10배 비상식적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지난해 한 출판사 간부의 성추행 논란과 잇따른 표절 및 사재기 의혹, 법적 분쟁으로 치닫는 김영사 사태 등 바람 잘 날 없던 출판계에 이번엔 '갑질' 경영 논란이 제기돼 또 한 번 출판계 내외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2002년 설립한 이래 주로 아동 출간물을 내온 N사가 논란의 진원지.
자기계발서 등을 주로 내온 별도 브랜드에 이어 지난 4월부터 새 브랜드 준비에 나서는 등 최근 들어 부쩍 사세를 키워온 중견급 출판사다.
이 출판사는 상황 변경에 따른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작가들을 상대로 계약금의 10배를 넘는 위약금을 요구하는 등 갖은 협박성 수단을 사용하여 작가와 피고용인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이다.
위약금 요구에 이르게 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 4월부터 새 브랜드를 통한 출판을 준비한 이지안 편집장이 입사 두 달만인 6월 19일에 자신이 뽑은 직원 두 명과 거의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이에 따라 이 편집장의 기획 하에 진행돼온 연내 14권의 출간 사업들이 모두 중단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 브랜드를 통해 아동용 역사서 '변비 탈출 한국사'(가제) 출간을 준비해온 박경란·최미혜 두 작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애초 출간을 맡아온 편집장과 편집자, 디자이너가 모두 회사를 그만둔 상황에서 계약 해지를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애초 이 편집장이 입사 전에 몸담았던 이전의 출판사를 통해 출간 계약을 맺었다가 이 편집장을 따라 옮겨 탄 경우다.
박 작가는 "N출판사 측은 다른 출판물들의 경우 해지 요구를 들어준 반면, 우리에 대해선 계약 유지에 대한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했다"며 "해지 요구에 대해 N사의 J 대표가 300만원을 언급해 그대로 보냈더니, N사는 오히려 이를 다시 돌려준 뒤 애초 계약금 200만원의 10배를 넘는 2천55만원의 위약금을 내라고 내용증명으로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출판사가 보낸 위약금 요구 명목엔 총 4권의 출간예정물에 대해 각각 디자인과 편집자 비용을 비롯해 심지어 회사 사무실 임대료와 잡비까지 담겼다.
작가들에 따르면, 위약금 요구 자체보다 더 감내하기 어려웠던 건 '고압적'인 출판사의 태도다.
박 작가는 이후 출판사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로부터 "보통 (작가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면 '큰일 났구나' 하면서 다시 일을 하는데…"라는 말을 듣고 완전한 결별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출판사가 늘 이런 식으로 작가를 협박해서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왔다는 말로 들렸다"며 "사채업자들의 공갈협박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N사의 L 편집장은 박·최 두 작가에게 보낸 위약금 관련 내용증명에 대해 "1,2권에 대한 내부 출간 작업이 진행된 상황에서 정당한 위약금 요구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출판계에서 출간이 어려워진 경우 등으로 인한 계약 해지 위약금은 통상 계약금 반환 정도가 관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지안 편집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회사를 잘 키워달라는 대표 말을 믿고 모든 노력을 기울이려 했으나 끊임없는 성과에 대한 압박과 강압, 폭언을 견디다 못해 단기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두 달 N사에 있는동안 1~2년분의 기획 및 진행의 성과를 송두리째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씨에 따르면 N사의 J대표는 애초 별도 사무실 운영 방침을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변경하는 등 경영 방침을 갑자기 바꾸거나 조기 출간을 종용하는 등 점차 거센 압박을 가해왔다고 한다.
N사의 J 대표는 이 편집장의 주장과 관련해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애초 출간기획만 도둑질하려는 의도였다는 건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이 편집장의 퇴사를 끝까지 만류했으며, 오히려 '슈퍼을'에 휘둘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N사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200여종의 책을 내왔으며 출판계에선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출판사로 알려져 있다.
J 대표는 "그간 겪어보니 경력이 있는 출판계 인력들은 신뢰할 수 없었다"며 "신입들을 교육시켜 키우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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