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미·일·유럽 경제전쟁론 비판…`승자는 없어'
NYT 기고서 "국제경쟁은 허위개념, 계급전쟁은 매우 실제적" 주장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1일(현지시간) 25년전 부상해 상당 기간 풍미했던 레스터 서로우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의 `국가 간 경제전쟁론'을 "허위 개념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경쟁과 계급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이 글로벌 경제에서경쟁 우위를 점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했는데도, 결국은 뚜렷한 승자 없이 비슷한 경제성장 곡선을 그려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국가간 경쟁론은 1991년 서로우 교수의 저서 '세계경제전쟁(Head to Head)'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이 책은 미국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서서히 잃어버리고, 대신 일본이 급부상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크루그먼 교수는 "나는 당시에도 그런 개념에 비판적이었다. 경제의 성패는 국제 경쟁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이후 수십년 후 어느 국가가 가장 잘 했을까는 궁금했는데, 대답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990∼2014년 미국과 프랑스, 일본의 15∼64세 성인의 국내총생산(GDP) 그래프가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경제침체기를 겪었다가 회복됐고, 프랑스가 2010년부터 유로존 위기로 성장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이런 장기간의 그래프를 보면 선진국들 간에는 거의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이 아주 놀라웠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는 거의 정반대의 경제모델을 갖고 있는데도 장기적 성장에서는 큰 차이점이 없었다는 점에서, 국제 경쟁이 기존의 통념 만큼 중요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정책은 경제성장에 큰 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고 그는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25년간 미국의 경제성장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성장의 대부분의 몫을 최상위 계층이 차지해 가계소득은 그렇지 못했다고 비판하고서, "국제경쟁은 허위 개념에 가깝고 계급전쟁(class warfare)은 매우, 매우 실제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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