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주자 페리 기부금 바닥…'슈퍼팩' 지원 전면에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공화당 경선에 출마한 릭 페리(65) 전 텍사스 주지사가 바닥난 기부금 탓에 선거 캠프 직원에게 급여 지급을 중단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댈러스 모닝 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페리 선거 캠프는 기부금 부족으로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있는 캠프 본부 직원은 물론 아이오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경선 초기 당원대회와 예비선거가 열리는 주에 있는 캠프 운동원들의 급여 지급을 멈췄다.
페리 선거 캠프 책임자인 제프 밀러는 폭스 채널의 공화당 경선 주자 첫 TV 토론이 끝난 지 하루만인 지난 7일, 캠프 운동원들은 더는 돈을 받지 못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 할 처지라고 밝혀 심각한 상황임을 알렸다.
페리 캠프는 올해 2분기까지 기부금 114만 달러를 받는데 그쳤다. 7월 15일 현재 수중에 남은 돈은 88만 달러에 불과해 경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나 실탄이 떨어진 탓에 페리 전 주지사는 현재 보좌관 1∼2명만 대동하며 항공료·숙박료를 최대한 아낀다.
다음 달 16일 두 번째 TV 토론을 앞두고 페리 전 주지사가 위기에 처하자 캠프 외곽 조직인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이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선언했다.
페리 전 주지사를 지지하는 '기회와 자유' 슈퍼팩은 공식 선거 캠프를 대신해 7월 중순까지 확보한 1천700만 달러의 자금을 페리의 선거 운동에 공격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자금을 무제한으로 모을 수 있어 독립적인 지위를 누리는 슈퍼팩이 후보 지원의 전면에 나섬에 따라 선거 캠프의 산하 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다던 우려는 현실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행 미국 선거법에 따르면, 특정 후보의 공식 선거조직에 대한 개인별 기부액은 최대 2천700달러다. 그러나 슈퍼팩에 대해서는 2014년 연방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후원금 총액 한도를 폐지했다.
선거법은 후보의 공식 선거 캠프와 슈퍼팩의 '협력'을 금지하나, 사실상 효력이 없는 이 조항의 틈을 파고들어 각 후보는 자금이 넘치는 슈퍼팩을 선거 운동의 본부 격으로 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 자금을 거둬들이는 '기계'와도 같은 슈퍼팩 탓에 2016년 미국 대선은 유례없는 '쩐의 전쟁'이 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여러 후보가 난립한 공화당 경선에서 고작 2%의 지지율을 보이는 페리 전 주지사는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선에 도전 중이다.
그러나 첫 도전에서 워낙 이미지를 망친 탓에 기부금 모금과 지지율 제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페리 전 주지사는 보수의 아성인 남부와 당내 강경 보수 그룹인 티파티의 지지를 등에 업고 2011년 8월 대선 참여를 선언할 때만 해도 강력한 복병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선거 기부금에서도 1위를 달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TV 토론에서 숱한 실언으로 대통령의 자질을 전혀 보이지 못하면서 지지율 추락으로 대선 후보를 사퇴했고, 결국 두 번째 도전에서도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데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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