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청'처럼 말랑말랑한 리튬전지 기술 개발
이상영 UNIST 교수팀…어떤 기기에든 원하는 모양으로 코팅하듯 전지 만들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어떤 전자기기에든 원하는 모양으로 얇게 입히듯 장착할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상영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교수와 김세희·최근호 연구원(박사과정) 등이 이런 특성을 지닌 신개념의 '기기일체형 형상 순응(shape-conformable) 리튬이차전지'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별도의 전지 저장공간이 없어도 프린팅 공정을 통해 유리컵, 안경 등 다양한 형태의 사물 표면에 전지를 만들어 붙일 수 있는 기술이다. 각종 웨어러블 기기에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새로운 전지를 만들기 위해 먼저 양극과 음극, 전해질 물질 같은 전지의 구성성분을 '조청'과 같은 점성(점도 700포와즈)을 갖도록 새로 제조했다.
그다음 원하는 사물 위에 이를 '음극-전해질-양극'의 순서로 프린팅했다. 이때 각 물질을 1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자외선에 노출시켜 굳히는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하면 각 물질의 점성 때문에 전지는 사물 위에 프린팅된 모양 그대로 붙어 있으면서 자외선 노출로 인해 고체 상태가 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유리컵이나 안경 등 복잡한 형태의 사물 어디에나, 글자 모양 또는 하트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전지를 제작해 입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기의 형태별·기능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얇고 휘어지는 리튬전지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된 기술은 기존 전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해액 주입 공정 및 분리막이 필요 없고, 지름 5㎜의 막대에 여러 번 감았을 때도 폭발 없이 성능이 유지될 만큼 유연한 특성을 구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양극·음극의 단자를 뽑아내면 충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현재의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에 요구되는 별도의 전지 공간이 필요 없게 돼 착용형 기기 등에 쉽게 접목할 수 있고,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이상영 교수는 "착용형 기기 및 IoT 시대를 여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전원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고, 차세대 전자기기들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데도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기술의 의미를 설명했다.
예컨대 컵을 사물인터넷으로 활용하려면 전지가 필요한데 기존의 고체형 전지라면 이를 위한 별도의 저장공간이 있어야 하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문양을 장식하듯 전지를 만들어 붙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가 지원하는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 지원)과 교육부의 BK21플러스사업을 통해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의 학술지인 '나노[187790] 레터스'(Nano Letters) 12일자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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