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와 고마워" 어머니 눈물에 자살방조 여성 '선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0 20: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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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하려다 살아남은 20대 女 국민참여재판서 선고유예

"살아와 고마워" 어머니 눈물에 자살방조 여성 '선처'

동반자살하려다 살아남은 20대 女 국민참여재판서 선고유예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딸아. 엄마한테는 딸이 제일 소중하고 필요해. 살아와 줘서 고마워. 내 딸, 힘내. 사랑해."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남성과 동반 자살을 하려다 혼자 살아남아 이 남성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26·여)씨의 어머니가 10일 오후 서울북부지법 601호 국민참여재판정 증인석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박씨는 차마 어머니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연방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일부 배심원과 방청객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사정은 이러했다.

박씨는 유치원 다닐 때 골프공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친 후유증으로 학습능력이 떨어졌다. 중학교 시절에는 부모가 이혼하는 등 가정환경도 좋지 못했다. 학교에선 왕따를 당했다.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은 박씨는 자살을 생각하게 됐다.

박씨는 작년 11월 우울한 마음을 떨치려 자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곳은 오히려 자신처럼 불우한 환경의 사람들이 모여 신세 한탄을 하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박씨는 또래 심모씨를 만나게 됐고, 메신저 대화로 동병상련을 느낀 끝에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4시께 서울 노원구 태릉입구역에서 만나 인근 모텔에 방을 잡았다. 헬륨가스를 많이 마시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심씨의 제안에 22.5ℓ 헬륨가스통 4개와 김장용 비닐봉지, 호스, 술 등을 준비했다.

박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다음날 새벽까지 심씨와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가 깜박 잠이 들었고, 오후 3시께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박씨는 헬륨가스통에 호스를 연결한 비닐봉지를 얼굴에 뒤집어쓴 채 침대에 엎드려 숨져 있는 심씨를 발견했고, 밖으로 뛰쳐나가 경찰에 신고했다.

박씨는 자신이 심씨의 자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시민 법관 앞에서 판단 받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검찰은 박씨가 '카카오톡' 대화에서 심씨에게 "우리 동네에 적당한 모텔이 있다"며 장소를 주도적으로 정한 점, "네가 남자니까 잘 리드해달라"며 심씨를 부추긴 점 등을 들어 자살방조 혐의에 대한 박씨의 유죄를 주장했다.

또 사건 당일 모텔 폐쇄회로(CC)TV 화면을 봤을 때 박씨가 심신미약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박씨는 자신이 잠든 사이에 심씨가 혼자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박씨가 심씨의 죽음을 말릴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박씨의 어머니 임모씨도 증인석에 서서 딸의 성장과정 등을 증언했다.

임씨는 "이혼에 만성 신부전증까지 겹쳐 일주일 중 절반은 신장 투석을 하러 병원에 가고 나머지는 가사도우미 일을 나가면서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생계에 급급해 딸과 대화가 부족했다"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최후진술에서 박씨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기회를 주시면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보겠다"며 나지막이 말했다.

배심원단 8명 전원은 박씨가 유죄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동반자살 준비 과정에서 심씨가 더 주도적이었다는 점, 박씨가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참작해 양형에 있어서는 선고유예 의견을 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박씨에 대해 선고를 유예했다. 유예된 형은 징역 6개월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이효두 부장판사)는 "배심원 다수가 피고인에게 다시 한번 꿈을 펼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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