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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독립 축하행사(AFP=연합뉴스) |
독립 50주년 맞은 싱가포르 번영·안정 지속할까
(방콕=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독립 후 불과 한두 세대 만에 선진국으로 부상한 싱가포르가 9일 건국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 나라가 앞으로도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지속할지 주목된다.
싱가포르는 1963년 영국에서 독립해 말레이시아 연방 구성원이 됐다가 1965년 연방에서 추방되다시피 해 그해 8월9일 독립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할 때 자원이 변변치 않은 작은 도시국가로, 국가 생존조차 위협받았던 싱가포르는 독립 후 반세기도 되지 않아 아시아에서 1인당 국민 소득이 제일 높은 강소국으로 발전했다.
'아테네 이후 가장 놀라운 도시국가'로 불릴 정도로 아시아의 무역, 금융, 물류 중심지로 부상했다.
싱가포르는 이 같은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 독립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벌였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 동안을 축제 기간으로 정하고 항공쇼, 퍼레이드, 불꽃놀이, 콘서트, 전시회 등 다양한 자축 행사를 열었다.
독립 후 최대 규모로 열린 9일 축하 행사에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존 키 뉴질랜드 총리 등 외국 정상 7명과 18개국의 축하 사절이 참여했다.
외국 사절이 독립 기념행사에 참여하기는 1969년 이후 처음이다.
리셴룽(李顯龍) 총리와 집권 인민행동당(PAP)은 이 같은 축제 분위기의 여세를 몰아 이르면 다음 달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차기 총선은 오는 2017년 1월까지 실시해야 하나 싱가포르가 그동안 이룩한 눈부신 발전에 대한 국민의 자축이 PAP의 압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앞으로도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고, 사회적 안정을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 이민자 증가, 빈부격차 심화, 저성장, 물가상승, 저출산, 정치개혁 요구 등으로 사회적 긴장이 적지 않게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전체 인구 540여만 명 중 40%가량이 외국인들이다.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주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다. 빈부 격차를 의미하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4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세제 혜택 등으로 인해 세계의 거부들이 모여든 결과,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생활 물가가 높아져 서민들의 가장 큰 불만 거리가 되고 있다.
경제도 저성장 국면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올해 2·4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1·4분기에 비해 4.6% 감소해 지난 2012년 이후 최악의 위축세를 보였다.
리셴룽 총리는 8일 독립 50주년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으나 매년 독립 축하 메시지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던 연간 예상 성장률 공개가 올해는 생략됐다.
빈부 격차와 외국인 증가로 인한 사회적 긴장은 2013년 인도계 주민의 폭동으로 불거져 엄격한 사회통제로 치안 상태가 좋기로 유명한 싱가포르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남아시아계 주민 400여 명이 '리틀 인디아' 거리에서 인도계 남성이 숨진 교통사고에 항의하던 도중 일어난 이 사건은 1969년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폭동이었다.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창설한 인민행동당(PAP)이 영국으로부터 식민 통치를 받던 1959년부터 지금까지 장기 집권하는 데 대한 국민 염증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흐름은 2011년 총선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PAP는 당시 87석 중 81석을 차지해 외관상으로 압승했으나 실제로는 패배한 것으로 평가됐다. 복잡한 선거 제도 때문에 야당이 실제 다수 의석을 획득하지는 못했으나 야당의 전체 득표율은 40%를 넘었다.
언론 및 표현의 자유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제한받고 시민 생활에 대한 정부 통제가 심해 시민의 정치적 참여와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개인이 정부나 여당을 비판하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해 투옥되거나 거액의 벌금을 물어 파산하기 일쑤일 만큼 언론 자유가 제약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국경 없는 기자회'가 2012년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도 순위에서 13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고비용, 저출산, 세계 경제 경쟁 격화 등으로 인해 혁신 없이는 지속 발전을 추구하기 어렵다며 산업의 고부가치화, 생산성 향상, 외국인 노동력 의존 감축 등 경제구조조정 10년 계획을 시행 중이다.
리셴룽 총리는 독립 축하 메시지에서 "지난 50년 동안 우리가 취약함을 어떻게 힘으로 변모시켰는지를 자축하자"며 "그러나 앞으로의 여정은 알 수 없고, 우리 자신과 후손들을 위해 계속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가 미래에도 번영과 안정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경제 혁신을 지속하는 동시에 시민 자유 확대 등 정치 개혁과 다원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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