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리솜리조트 특혜 대출 후 감사 무마 의혹
감사계획 돌연 철회…농협 "해킹사건으로 모든 감사 취소된 것"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농협이 리솜리조트 그룹에 거액을 대출한 직후 내부 감사를 생략하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농협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리솜리조트에 대한 대출 과정에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있었다고 보고 그 배경을 파악하고 있다.
농협 전·현직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농협은 2011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리솜리조트 제천 사업장에 280억원을 대출했다.
해당 대출은 충북 제천의 리솜포레스트 시설 건축 자금 명목으로, 농협이 2008년 이래 제천사업장에 내준 대출액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농협중앙회 감사부는 매년 심사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데 2011년에는 이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부가 예정대로 감사 일정을 잡고 심사부에 이를 통보하기 직전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 감사 계획이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 2012년 9∼12월에도 280억원을 제천사업장에 대출해 특혜 의혹을 키웠다. 농협 내부에서 리솜리조트 대출에 윗선의 의지가 있다는 얘기가 돈 것도 이즈음이었다고 한다.
당시 여신심사2단장으로 리솜리조트 대출 심사에 관여한 이모씨도 지난달 21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내부 고위인사가 '리솜리조트 대출 뒤에 누가 있는지 아느냐. 대출 승인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등의 압력을 넣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리솜리조트에 대한 대출을 거부하다 한직으로 발령난 뒤 해고됐으나 최근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도 리솜리조트 대출 승인과 이후 감사 진행 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 보고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리솜리조트 신상수(58)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여권의 A 전 의원 외에 전 정권에서 요직을 거친 B 전 의원 이름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2011년 4월 발생한 농협 전산망 해킹 사건의 여파로 그해 모든 부서의 감사가 올스톱됐다"며 "리솜리조트 대출건에 대해서는 이듬해 특별감사가 진행된 바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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