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직업병가족위 "9월 말까지 삼성과 직접 협상"
추가 조정 보류 요청…조정위 활동 기로에 설듯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와 관련, 피해자와 가족들로 구성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10일 밝혔다.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에 이의를 제기한 데 이어 추가 조정 일정을 보류하고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가족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조정위의 권고에 따라 삼성전자가 1천억원의 보상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점, 특히 가족위가 계속 주장해 온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을 포함시키기로 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난항을 겪던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커다란 초석을 놓아주신 조정위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가족위는 삼성전자와 당사자 협상을 통해 사과와 보상 문제를 신속히 합의하고 나아가 대책에 관해서도 공감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9월 말을 1차 시한으로 삼성전자와 당사자 협상을 마무리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조정위는 그때까지 조정기일의 지정을 보류하며 성과를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앞서 조정위는 지난달 23일 삼성전자가 1천억원을 기부해 공익재단을 설립,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 실행하라는 내용의 중재 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가족위는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보상을 신청하라는 것은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리라는 뜻"이라며 공익법인 설립을 비롯해 법인 발기인 구성, 보상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공익법인 설립 대신 1천억원을 사내 기금으로 조성해 신속히 보상하고 상주 협력사 퇴직자도 자사 퇴직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또다른 협상 당사자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애초 권고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8일 반올림에 속한 피해자의 가족 황상기씨 등 2명이 '조정위의 권고안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반올림 내에 불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황씨는 이튿날 "반올림과의 불화나 조정위를 거부하는 글이 아니다"라며 "조정위의 권고안에서 보상안이 너무 작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효과가 없을 것 같아 보상안을 현실에 맞게 올리라는 뜻"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의견을 수렴한 조정위는 오는 17∼21일 이들과 비공개회의를 여는 등 후속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가족위와 삼성전자의 직접 협상이 시작되면 그동안 세 주체 간의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왔던 조정위가 사실상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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