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행 전쟁포로…61년만에 전쟁의 흔적 찾아 방한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09 23: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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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명 중 11명 생존…브라질 농부 김명복씨 고향인 북한 룡천 방문 희망


제3국행 전쟁포로…61년만에 전쟁의 흔적 찾아 방한

76명 중 11명 생존…브라질 농부 김명복씨 고향인 북한 룡천 방문 희망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내가 전쟁포로가 된 곳은 양평 인근 산촌이었는데 정확히 어디였는지 찾을 수가 없군요. 옛날에 갇혀 있었던 거제 포로수용소를 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합니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한국전쟁 정전 이후 소설 '광장'의 주인공처럼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행을 택해 브라질에 사는 전쟁포로 출신 김명복(79)씨는 지난달 23일 61년만에 한국을 방문해 전쟁의 흔적을 돌아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평안북도 룡천이 고향인 김씨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 체결 이후 포로 송환조치 때 풀려나 제3국행을 택한 76명 중 한 명이다. 이들 중 현재 생존자는 11명뿐이다.

김씨는 전쟁이 발발한 1950년 인민군에 징집된 지 한 달 만에 양평 인근에서 국군에 투항했다. 이후 그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참혹한 삶을 살다가 1956년 브라질에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들 76명의 한 맺힌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귀향' 촬영의 일환으로 1954년 떠나고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김씨는 전쟁에 관한 희미해진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 애썼다. 김씨의 여정에는 같은 함께 브라질로 갔다가 미국에 정착한 전쟁포로 강희동(79)씨가 동행했다.

김씨는 서울 전쟁기념관 시청각실에서 한국전쟁 재현 영상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갔고, 우황청심환을 먹고 방문한 거제 포로수용소에서는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고 조경덕 다큐멘터리 감독은 전했다.

김씨와 강씨는 김씨의 부대가 투항했던 양평에서 80대 참전용사들을 만나 기억을 되새기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처음에 만남을 거부했던 참전용사들은 조 감독의 거듭된 설득 끝에 자리에 나왔다. 조 감독은 만남의 분위기가 예상과 달리 우호적이었다면서, 참전용사들이 김씨의 부대가 투항한 곳을 찾아주려고 도왔다고 전했다.

김씨는 "마치 옛 친구를 만나는 것 같았다"면서 "예전의 적이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전용사 이규환(83)씨는 "인민군이었던 사람을 어떻게 포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는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 감독과 함께 북의 고향 룡천을 방문해 부모님의 산소와 교회를 방문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브라질에서 남북 외교 당국에 모두 방문허가 요청을 했지만, 한 곳만 방문하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김씨는 "이번이 고향을 방문할 마지막 기회"라면서 "젊을 때 고향을 떠나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지만, 죽기 전에 꼭 고향을 방문하고 싶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겠지만, 산소에라도 꼭 절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 노인이 고향을 방문할 수 있을지가 남북 당국이 서로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할 뜻이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씨와 같이 제3국을 택한 전쟁포로들은 먼저 인도로 보내졌다. 정전협정상 중립국만 택할 수 있었던 이들은 2년간 인도에 머물다가 60명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떠나고 10여명은 남한이나 북한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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