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맞은 이란 패션산업…패션모델 수요 급증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 이란에서 패션산업이 이슬람 율법 하에서 허용된다는 종교적 판결이 내려진 후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았다.
이란의 패션산업은 회교 혁명 이후 30여년 넘게 억눌려왔으나 최근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이란 현지발 기사로 보도했다.
패션 행사가 이란 전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잇따르면서 패션 모델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패션모델 에이전시인 베흐푸시의 샤리프 라자비 대표는 "이란의 패션산업은 지난해 혁명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회교 혁명 이후 30여년간 이란에서 열린 패션쇼가 통틀어 10~15회밖에 없었는데 작년 한해에만 100회가 넘었다"고 말했다.
베흐푸시는 7년전 사업을 시작했으나 동종 업체와 마찬가지로 음성적으로 영업해왔다.
2년반 전 라자비 대표는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사무실로 서한을 보내 이슬람이 패션쇼와 패션 모델을 금지하고 있는지 종교적 판단을 내려달라고 질의했고 "금지하지 않는다'는 답신을 받았다.
그는 "종교적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정부 당국에 패션 모델 에이전시를 차리겠다고 하면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으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테헤란 북쪽 부유층 거주지역에 위치한 옥시전 로얄 헬스센터에서 만난 패션 모델 라얀 바그다디(23)는 "최근 몇 년 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며 "정부 당국은 패션 모델에게 면허증을 발부해주고 있고 패션쇼도 양성화됐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 많은 팔로워를 갖고 있는 바그다디는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 패션쇼에 참석하기도 했다.
다음 달 이란 중남부 다라브에서 열리는 패션 행사 준비책임자인 마한 파로크메흐르도 "정부가 실무그룹을 설치해 국내 패션산업을 감독하고 패션쇼 개최 허용 여부도 결정한다"며 "수 년 전만 해도 패션쇼가 외부의 눈을 피해 음성적으로 열렸지만 지금은 공개리에 진행된다"고 말했다.
패션산업에 대한 이란 정부의 개방정책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은 아직 존재한다.
이틀간 열리는 다라브 패션 행사만 해도 여성은 남성 모델의 패션쇼 관람이 허용되지만 남성은 여성 모델의 맵시있는 걸음걸이 모습을 볼 수 없다.
이 행사는 공개적으로 열리나 초청받은 사람만 참석할 수 있다.
파로크메흐르는 "패션쇼 입장을 일반인 누구에게나 허용했다면 좌석 공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며 "2천7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패션 모델 다나 마샬라푸르(28)는 이란의 패션 산업을 밀려오는 파도에 비유하면서 "패션은 이란에서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명 광고 모델이기도 한 그는 "이란의 패션산업은 발전하고 있지만 일부의 반감 등 커다란 도전이 남아 있다"며 "그러나 거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고 모델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은 포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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