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 재계이슈> '중국 시장 쟁탈전'…삼성·현대 가격인하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세계적인 업체들마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고자 총력전을 펼침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눈물을 머금고 가격 인하 전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린 중국 토종 기업들이 저가로 파상 공세를 벌이며 중국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자 그동안 '제값 받기'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 한 현대자동차 등도 백기를 드는 형국이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 중국 시장 쟁탈전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여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 현대차·삼성, 中 토종업체 저가공세에 가격 인하 맞불 = 한국 대표 기업인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중국 토종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스마트폰 가격을 전격 인하하며 '맞불' 작전에 나섰다.
현대차의 중국 현지 공장 출고 실적은 지난달 5만4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넘게 떨어졌다. 1분기까지만 해도 100%였던 공장가동률은 2분기 들어 80%대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판매실적도 기아차의 경우 전달에 비해 20%, 현대차는 10% 각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중국의 토종 업체들이 최근 들어 판매가를 대폭 낮춰 현대차 등 해외 브랜드에 비해 30∼40% 싼값에 차량을 내놓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토종 업체들의 차량 품질도 부쩍 향상되고 있어서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GM, 닛산, 포드는 7월에 전월 대비 약 30%, 폭스바겐은 약 25%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 등 외국 브랜드들은 이미 상반기에 가격 할인경쟁에 합류했다. 특히 GM은 자사의 11개 차종 가격을 1만(약 188만원)∼5만4천위안(1천18만원)씩 대폭 내렸다.
이에 현대차도 이달 들어 SUV인 싼타페와 투싼(현지명 ix35) 등 2개 주력 모델의 가격을 10% 인하했다. 할인된 가격은 싼타페가 3만위안(약 565만원), 투싼이 2만위안(약 367만원)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중국시장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6와 S6엣지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4월 초 현지 시장 출시 이후 4개월 만이다.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S6 시리즈 모델 가격은 800위안(약 15만원) 내려갔다,
갤럭시S6 32GB(기가바이트) 모델은 4천488위안(약 84만원), 갤럭시S6엣지 32GB 모델은 5천288위안(약 99만원)으로 조정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갤럭시S6 모델의 경우 출시 이후 일정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가격 인하가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9%에 그쳐 두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하는 데 실패하면서 점유율 만회를 위해 가격 인하 정책을 내놓았다는 견해도 있다.
◇ "車공장·조선소는 휴가 중" = 국내 완성차와 조선 업계가 8월 초부터 일제히 공장 문을 닫고 휴가에 돌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8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전 사업장이 휴가를 보냈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구성된 자동차 업체의 특성상 공장을 포함해 양재동 본사까지 전 사업장이 예외 없이 휴가를 보내게 된다. 이 기간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업장별로 국내 주요 해수욕장 및 캠프장에 하계휴양소를 마련해 임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 직원들은 30만원의 휴가비를 받았고 대리 이하 직원들은 통상 임금의 50%를 추가로 받았다. 이에 따라 대리 이하는 평균 130만원 휴가비를 받은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기간 전국 현대차 공장이 문을 닫는다"면서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합치면 총 9일간 휴가를 보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GM, 르노삼성차, 기아차는 8월 3일부터 7일까지 일제히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한국GM은 휴가비로 통상 임금의 50%를 지급했다. 르노삼성은 80만원을 휴가비로 일괄 지급하는데 최근 임금 협상이 타결돼 휴가에 맞춰 타결 격려금도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003620]는 노조창립일인 오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휴가를 보냈다.
조선업체 빅3 가운데는 대우조선이 가장 먼저 휴가에 들어갔다.
대우조선은 최대 3조원대의 손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실사를 받는 등 뒤숭숭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예정대로 지난달 27일부터 8월 7일까지 2주간 집중휴가를 실시했다. 대우조선은 제헌절, 식목일 등 국경일과 회사 창립기념일 등을 여름휴가 기간에 붙여서 쉬도록 단체협약으로 정했다. 휴가비 50만원도 지급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덥고 비도 많이 오는 여름에는 작업하기 어려우니 여름에 몰아서 쉬는 것"이라면서 "통상 휴가 전에 임금협상이 타결돼 성과금과 협상 타결 축하금 명목의 돈을 두둑이 받았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8월 3일부터 휴가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8월 3일부터 13일까지 휴가를 실시한다. 현대중공업은 공휴일이 주말과 겹쳤을 때 여름휴가에 붙여 쉬도록 하는 집중휴가제를 2009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통상임금의 50%가 휴가비로 지급된다.
삼성중공업은 휴가 기간이 8월 3∼7일로 빅3 중 가장 짧았으며 별도의 휴가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이견으로 추가 조정…다시 험로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과 관련한 조정권고안이 제시됐지만 당사자들이 이견을 보이면서 후속 조정에 들어갔다.
조정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삼성전자가 1천억원을 기부해 공익재단을 설립,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예방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 실행하라는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사단법인 설립은 해법이 될 수 없다"며 1천억원을 사내 기금으로 조성해 보상금 지급과 예방, 연구 활동에 쓰겠다고 밝혔다.
법인 설립에 따르는 절차 없이 신속하게 보상을 집행하고, 보상 외의 목적에 기부금의 30%를 쓰는 것보다 피해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상주 협력사 퇴직자도 자사 퇴직자와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보상하고, '신속한 보상'을 원칙으로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구성해 보상 신청을 받겠다고 했다.
보상 대상자는 1996년 이후 퇴직자에 한정하고, 조정위가 보상 대상 질병으로 꼽은 12개 항목 가운데 유산과 불임은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질병 최대 잠복기는 14년이 아닌 10년을 제시했다.
예방과 관련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종합진단팀을 구성, 실행하는 안을 제안했다.
피해자 가족들로 구성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는 "협력업체 직원 보상과 기금 조성 즉시 보상 방안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보상을 신청하라는 것은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리라는 뜻"이라며 공익법인 설립을 비롯해 법인 발기인 구성, 보상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조정권고안을 수용했던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삼성전자의 입장에 우려를 표명했다.
반올림은 "조정권고안은 '사회적 해결'을 제안했는데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라며 "보상 대상과 재발방지 대책도 조정위의 권고를 상당 부분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조정위는 17∼21일 이들과 비공개회의를 여는 등 후속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정안의 핵심인 공익법인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커 향후 논의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업병 문제는 2007년 3월 기흥공장 반도체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당시 23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작년 12월 9일 조정위가 구성돼 사회적 합의 방식의 해결을 모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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