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자동차 경주했다가 3년만에 되찾은 면허
중범죄시 면허 취소 규정한 舊도로교통법 위헌 결정으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도로를 막고 벌어진 자동차 경주에 참여했다가 운전면허가 취소된 운전자가 항소심 끝에 3년 만에 면허를 되찾았다.
A씨는 2010년 9월 새벽 인천 북항 부두 사거리 도로에서 소형차를 운전해 '드래그 레이스' 행렬에 들어갔다. 드래그 레이스는 도로를 막고 300∼400m 구간을 고속으로 주행해 승패를 가리는 자동차 경주였다.
A씨는 여기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일반교통방해 및 도로교통법 위반(공동위험행위) 혐의로 입건돼 2012년 4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두 달 뒤 서울경찰청은 구 도로교통법 93조 1항 11호(시행규칙 91조·92조)를 적용해 A씨의 1종 보통, 2종 소형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했다. 시행규칙 92조는 운전면허 취소사유로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범죄행위에 살인·강간 등과 함께 교통방해(단체에 소속되거나 다수인에 포함돼 교통을 방해한 경우)를 포함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면서 자신은 '드래그 레이스'를 한 것이 아니라 구경하다가 억울하게 단속된 것에 불과하며 직업상 반드시 자동차운전면허가 필요하므로 면허 취소는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고급 외제차량 등이 몰려가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참여했다.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자필 기재를 한 점 등을 보면 교통방해 행위 자체는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이 정도 행위를 살인·강간 등과 유사한 정도의 중범죄로 묶어 무조건 면허를 취소하게 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지나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은 항소했지만, 2심이 이뤄지는 동안 구 도로교통법 93조 1항 11호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올해 5월 자동차 등을 이용해 중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조항이 사안의 개별성이나 특수성을 고려할 여지를 배제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서울고법 행정6부(김광태 부장판사)는 "구 도로교통법 조항을 헌재가 위헌이라 결정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법령의 근거가 없이 행해진 것과 마찬가지로 위법하게 됐다"며 경찰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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