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얼어붙은 난자에서 뽑아낸 '새 생명 희망'
(서울=연합뉴스) 1999년 8월10일 포천중문의대(현 차의과학대) 차병원 연구진이 언론 앞에 열띤 얼굴로 섰다. 냉동 보존된 난자를 통해 임신된 사내 아기가 3일 전인 8월7일 국내 최초로 태어났다는 소식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여성 불임 문제에 새 돌파구가 열린 순간이다.
냉동 보존된 난자를 녹여 인공 수정으로 임신을 시키는 시술은 1986년 호주에서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그러나 상용화는 어려웠다. 세포가 크고 민감한 난자가 냉동·해동 도중 손상되는 경우가 잦아, 임신 성공률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1999년 당시 차병원 연구진은 난자를 급속으로 냉·해동해 세포 손상을 막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을 써 난관을 넘었다. 난자 냉동 기술의 보급은 조기 폐경이나 난소암 등으로 난소 기능을 잃을 위험이 있는 여성의 난자를 미리 보관해, 해당 여성이 후일 아이를 가질 길을 열어줬다. 난자를 장기 보존하는 '난자 은행'이 한국에 나타난 것도 1999년 이후다.
난자 냉동은 여권(女權) 논쟁도 일으켰다. 여성은 40대에 들어서면 난자가 노화하면서 불임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이 때문에 직장 생활 등으로 출산 계획이 없는 여성들이 자신이 원하는 때에 아이를 갖고 싶다며 미리 자기 젊은 난자를 냉동해두려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이를 두고 각국에서는 '출산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호평과 '임신이란 자연현상을 개인이 무리하게 통제하려 한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세계적 IT(정보기술) 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은 지난해 우수 여성 인재를 유치하고자 사내복지 혜택으로 난자 냉동 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반면 중국은 올해 법적 부부에 한해서만 난자 냉동을 허용키로 해 유명 미혼 여배우인 쉬징레이(41·徐靜뢰<艸 아래 雷>)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차별이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미혼 여성도 난자를 냉동 보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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