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V토론 준비? 정책·원고 필요없어" 전술 통할까
NYT "다른 후보들이 조준점 찾기 힘들 것"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공화당에서 대권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무정책 전술'이 오는 6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첫 TV토론회에서도 통할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 '도널드는 원고도 없이 토론회에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선거=정책대결'이라는 패러다임을 깨는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정계에는 이렇다 할 까닭을 알기 어려운 '트럼프 돌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부동산 기업가인 트럼프는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구체적 정책 비전이 아닌 실체가 불분명하고 자극적인 언변을 승부수로 삼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확실히 끝장낼 비법을 알지만, 적들이 알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
"멕시코인들은 성폭행범이고 미국에 마약을 나른다. 국경에 만리장성 같은 장벽을 쌓아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
"기부금을 주기 전까지는 스콧 워커라는 사람이 위스콘신 주지사라는 것을 몰랐다."
이런 '막가는' 발언에도 자질 시비가 불거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대중이 트럼프를 지지해 정치권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작 언론도 트럼프의 자극적 발언을 비난할 뿐 정책이나 정책 부재를 문제로 삼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책을 밝힌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는 정책 코너가 아예 없다.
그는 한 술 더 떠서 자신은 기존 정치인들처럼 정책 공약이나 가상 질문을 다듬는 방식으로 토론회를 준비하지 않는다고 뽐내기도 했다.
트럼프가 NBC방송의 유명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10년 이상 진행해온 노련한 방송 진행자라는 점도 이런 자신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의 인기가 불법이민, 미국의 국력과 같은 사안에 정책을 제시하는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에 편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기존 정치인들이 트럼프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깅그리치 전 의장은 "다른 후보들이 정책 얘기를 하려고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모든 정책 제안이 그간의 무대책에 대한 핑계라고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냥 다른 후보의 공격이 있을 때 반격할 것"이라며 TV토론 전략을 밝혔다.
NYT는 트럼프의 인기가 정책이 아닌 자유분방한 스타일에 기인하는 만큼 경쟁자들이 그를 쓰러뜨릴 조준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