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국가' 싱가포르 독립 50돌…정치개혁 여론 확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06 10: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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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싱가포르 중심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권위주의 국가' 싱가포르 독립 50돌…정치개혁 여론 확산



(방콕=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 아시아에서 가장 잘 살지만 권위주의 국가로 비판받는 싱가포르가 독립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경제 성장에 걸맞은 정치 발전을 이룰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오는 9일 독립 50주년을 맞는다. 싱가포르는 1963년 영국에서 독립해 말레이시아 연방 구성원이 됐다가 1965년 연방에서 추방되다시피해 그해 8월9일 독립했다. 싱가포르의 정치인들은 말레이시아 내 종족 갈등과 분리주의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추방됐다.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할 때 자원이 변변치 않은 작은 도시국가로, 국가 생존조차 위협받았던 싱가포르는 독립 후 약 두 세대만에 아시아에서 1인당 국민 소득이 제일 높은 강소국으로 발전했다.

'아테네 이후 가장 놀라운 도시국가'로 불릴 정도로 아시아의 무역, 금융, 물류 중심지로 부상한 싱가포르는 그러나 경제적 성공에 걸맞은 정치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창설한 인민행동당(PAP)이 영국으로부터 식민 통치를 받던 1959년부터 지금까지 장기 집권하는데다 언론 및 표현의 자유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제한받고 시민 생활에 대한 정부 통제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특히 PAP가 총선 때마다 압승해 한번도 정권을 놓친 적 없으며, 형식적으로 다당제를 취하고 있으나 야당이 성장할 수 있는 정치 풍토가 조성돼 있지 있다.

또 개인이 정부나 여당을 비판하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해 투옥되거나 거액의 벌금을 물어 파산하기 일쑤일 만큼 언론 자유가 제약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리셴룽(李顯龍) 현 총리의 국부펀드 관리를 비판했던 블로거가 명예 훼손으로 제소당해 거액의 벌금을 물었으며, 올해는 리콴유 전 총리를 비판하는 글과 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10대 소년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싱가포르는 '국경없는 기자회'가 2012년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도 순위에서 13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식민지 시절의 태형 제도를 아직 유지하고, 길거리에 껌을 버려도 벌금을 물리는 등 강력한 형벌제도를 실시해 정부가 사회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리콴유 전 총리는 공무원들에게 뇌물에 현혹되지 않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급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의 가족들은 정계와 재계의 요직을 차지하도록 해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리셴룽 현 총리는 리 전 총리의 장남이며, 리셴룽 현 총리의 부인인 호칭 여사는 싱가포르 최대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의 최고경영자이다.

리 전 총리의 2남 1녀 중 막내인 리셴양(李顯陽)은 동남아시아 최대공항인 창이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 싱가포르민간항공청(CAAS)의 의장이다.

이처럼 싱가포르에서 정치적 개방도가 낮고 시민 생활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것은 경제 발전에 뒤진 아시아 국가가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정치적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리콴유 전 총리의 통치 철학과 정책에서 기인한다.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직했고, 총리에서 물러나고 나서 올해 3월 타계할 때까지 국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던 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가 신속하게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일사불란한 사회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발전을 위해 정치적 자유를 일정 정도 제한하는 온건 독재를 그는 '아시아적 가치'라고 포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가장 부유한 나라로 탈바꿈하고 나서 시민의 정치 참여와 언론 자유 확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PAP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내는 국민이 증가하고, 경제 발전뿐 아니라 시민 자유를 확대해 정치적 민주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2011년 총선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PAP는 당시 87석 중 81석을 차지해 외관 상으로 압승했으나 실제로는 패배한 것으로 평가됐다. 복잡한 선거 제도 때문에 야당이 실제 다수 의석을 획득하지는 못했으나 야당의 전체 득표율은 40%를 넘었다. 야당인 노동당(WP)은 사상 최다인 6석을 획득해 약진했다.

리셴룽 총리는 당시 선거가 끝나고 나서 "이번 선거는 싱가포르 정치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잘못된 것들을 고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셴룽 총리는 이후 국민 불만에 귀를 기울여, 주요 불만 대상이었던 주택 가격 상승, 외국인 노동자 과다 유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싱가포르에서 정치적 다원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과거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세대를 대표했던 리콴유 전 총리의타계로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독립 50주년을 맞아 또다른 미래 50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리 전 총리가 주창했던 개발독재가 아닌 새로운 국가 발전 모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와 언론인들 사이에는 싱가포르가 앞으로 경제 발전을 지속하고 선진 국가로 남기 위해서는 혁신과 창의성을 촉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독재적 정부 운영과 효율적 통치 체제에서 벗어난 정치적 다원주의와 시민 자유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이들은 강조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7년 1월까지 차기 총선을 실시해야 하나 PAP와 정부는 조기 총선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 요구가 다음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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