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향기업 돌비, 국내업체에 라이선스 '갑질'
표준기술 앞세워 상대방 이의제기 막고 손해배상 떠넘겨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음향표준기술을 보유한 글로벌기업 돌비가 국내 사업자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온갖 불공정한 조건을 내건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가 드러난 돌비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돌비는 디지털 오디오 코딩 기술표준인 'AC-3'에 대한 라이선스 권한을 갖고 있어 관련 디지털 오디오 제품을 생산하려면 반드시 돌비와 계약을 맺어 라이선스를 받아야만 한다.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돌비는 라이선스 계약 상대방(라이선시)이 어떤 방법으로도 특허의 효력이나 소유에 대해 다툴 수 없도록 하는 '부쟁의무'를 국내 62개 업체에 부과했다.
라이선시가 특허 유효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36개 업체에 해당)도 설정됐다.
돌비는 자신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침해나 남용에 대한 우려만으로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거래조건(61개 업체)을 내걸기도 했다.
돌비는 손해배상 및 감사비용 분담 기준도 불공정하게 정했다.
돌비는 라이선시가 보고한 판매물량에 따라 로열티를 받는데, 보고된 숫자가 로열티 차액 1천달러(18개 업체), 매출액 차이 1만달러(35개 업체) 등 미미하게 틀렸을 경우에도 손해배상 및 감사비용을 전부 떠넘길 수 있도록 해둔 것이다.
이밖에 돌비는 라이선시가 취득한 이용발명 등 권리를 돌비에게 배타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제3자에 라이선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거래조건(59개 업체)을 내걸었다.
라이선시가 가진 특허권을 돌비나 돌비의 다른 라이선시에 행사할 경우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는 조건(38개 업체)을 두기도 했다.
현재 돌비로부터 라이선스를 받는 국내 사업자는 삼성전자·LG전자 등 총 90여곳이다. 돌비가 국내에서 거둬들이는 로열티 수입은 지난해 기준 약 2천억원(1억9천만달러)에 이른다.
황원철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AC-3처럼 표준으로 설정된 기술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어려워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돌비와 같은 표준기술 보유 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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