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동 수니파국가와 군사협력 확대…'핵합의 불만' 달랜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04 16: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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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동 수니파국가와 군사협력 확대…'핵합의 불만' 달랜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이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한 걸프지역 수니파 우방의 불만과 불안을 결국 무기로 무마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고 나자마자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22일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그는 살만 사우디 국왕을 만나 핵협상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고 대신 양국의 '군사분야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회동의 효과는 예상보다 빨랐다.

일주일 뒤인 29일 미 국방부는 중동의 핵심 우방인 사우디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명분으로 저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패트리엇 PAC-3를 판매하는 안을 승인했다.

이번 거래의 규모는 54억 달러(약 6조2천6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지난해 10월 초 사우디와 17억5천만 달러(약 1조8천611억원)의 PAC-3 판매 계약을 추진중이라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핵협상 타결로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사우디가 미국에서 사들인 무기의 액수는 10억달러로, 이와 비교해도 상당히 크다.

국방 전문지 디펜스원은 이번 계약으로 사우디가 보유하게 될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은 600기 정도라고 추산했다.

미국은 사우디를 시작으로 다른 걸프 국가에도 무기 판매를 제안하는 대신 핵협상에 대한 지지를 받아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3일 카타르 도하에서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외무장관을 만나 '필요했지만 판매가 늦어진 무기'를 조속히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걸프의 수니파 왕정들이 미국의 맹방이긴 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과 전력 역전을 우려해 미사일 방어시스템, 최신 전투기 등 판매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디펜스원은 지난달 29일 "걸프 지역 국가들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 사드(THAAD)를 사려고 할 것"이라며 "여러 기의 미사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도 관심있는 품목"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부터 사거리가 다양한 여러 미사일을 개발해와 현재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사일 공격시 걸프지역은 이란에서 4분 거리에 불과하다.

이미 아랍에미리트(UAE)는 올해 말 THAAD를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고 사우디와 카타르도 이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미국의 이런 발빠른 '무기 세일즈'는 이란 핵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걸프 국가의 관계가 벌어진 틈을 타 프랑스가 자국 라팔 전투기 판매에 나서는 점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섞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미국은 중동의 지정학적 역학을 교묘히 이용해 무기 판매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무기를 팔아야 하는 입장에선 통상 전쟁이나 분쟁은 '호재'이고, 군축 합의는 '악재'다.

'이슬람국가'(IS) 사태가 발발하면서 미국의 중동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액이 크게 늘었다.

군사정보 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대(對)중동 무기 수출액은 84억달러로 전년도(60억달러)보다 40% 증가했다.

이란 핵협상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 지역 내 안정을 기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군축협상 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악재마저도 호재로 만들어 무기 수출을 늘리게 됐다.

시아파 맹주 이란의 확장을 경계하는 걸프의 수니파 산유 부국의 긴장관계를 이용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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