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 아시아 시장에서 존재감 확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아시아 원유시장에서 러시아산 원유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3일 보도했다.
세계 석유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증산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가운데 내년에는 이란이 원유 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산유국의 점유율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가 아시아 시장의 새로운 교란 요인이 되고 있다.
아시아 원유 현물 시장에서 중동산 원유의 가격은 급락하고 있으며 7월 말에는 이라크산 바스라 경질유가 낙찰자를 찾지 못한 사례도 등장했다. 유럽계 무역상사의 한 원유 무역업자는 "러시아산 원유의 공급 증가도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시장에서는 미국의 셰일 오일과 사우디의 생산 동향을 주목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도 옛 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에 도달한 상황이다.
지난 6월 러시아의 하루 생산량은 1천66만 배럴로 미국(약 960만 배럴)을 웃돌았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초경질 원유까지 포함하면 러시아의 생산량은 세계 1위다.
국제 원유시장의 지표가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이 조만간 배럴당 50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 경제 침체로 원유 수요가 둔화하는 데도 러시아는 고도의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루블화 하락에 따른 생산비 감소 덕분에 러시아 석유회사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내려간 상태다. 우드 매켄지는 러시아에 원래 생산비용이 싼 유전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원유 하락에 대한 내성은 러시아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티는 야심 찬 생산 계획을 발표해 원유 시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 회사는 동 시베리아 등에서 효율적인 유전 개발을 진행해 오는 2020년의 목표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수준으로 잡고 있다.
로스네프티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이고리 세친이 사장을 맡아 러시아 정부로부터 강력한 후원을 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로스네프티가 지난 7월에는 인도의 에사르 오일과 10년에 이르는 장기 원유 공급 계약을 맺었고 극동지역에서 수출하는 '에스포 원유'의 품질이 높아 중국과 한국에서도 꾸준히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에 일본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한 834만t이었다. 일본의 원유 수입량은 전체적으로 10% 줄었지만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가들이 로스네프티 등 다수의 러시아 기업들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데다 유전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사정 때문에 러시아산 원유가 아시아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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