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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
<공연리뷰> 발견의 기쁨…제12회 대관령국제음악제
(평창=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대관령국제음악제에 가면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특히 이번 음악제에서는 이신우의 2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풍경'을 비롯해 세 편의 세계 초연 작품이 청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관심을 끌었다.
대개 '현대 예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세계 초연되는 신작들이 대다수 관객의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음악제에서 세계 초연된 작품들은 그 어느 때보다 청중의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 7월 31일 저명연주가시리즈에서 연주된 에스카이쉬의 6중주곡은 현대인의 감성에 다가가는 독특한 작품세계로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1965년생 프랑스 작곡가 티에리 에스카이쉬는 지난 7월 29일에는 피아니스트로서 주어진 테마에 의한 즉흥연주를 선보인 데 이어, 31일 저녁에는 이번 음악제를 위해 작곡한 6중주곡을 직접 지휘했다.
클라리넷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피아노, 그리고 팀파니를 위한 에스카이쉬의 6중주곡은, 악기편성만 보았을 때는 과연 어떤 소리가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과연 팀파니 같은 타악기가 비올라나 더블베이스와 잘 어울릴 것인가?
연주가 시작되자 이런 우려는 말끔히 가셨다. 에스카이쉬는 악기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린 참신한 시도로 놀랄 만큼 흥미로운 음향을 만들어냈다. 때로는 비올라가 타악기처럼 딱딱한 소리를 냈고 팀파니는 드럼 세트 같은 소리를 들려줬으며 피아니스트는 건반을 두드리는 대신 피아노의 현을 직접 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칙 주법들이 모두 음악적인 통일성을 형성하는데 있어 적절하게 구사되었다는 점이다.
생전 처음 듣는 현대음악임에도 이 작품의 3부 구조는 분명하게 감지됐다. 6중주곡의 도입부에선 4박자의 맥박 속에 쉴 새 없이 악센트가 바뀌며 역동적인 리듬의 유희가 펼쳐졌고, 느린 2박자 섹션이 시작되면 작곡가 메시앙의 화성을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코드가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첫 부분과 대비됐다.
마침내 6중주곡의 말미에 이르러 동적인 음악과 정적인 음악의 두 가지 요소가 통합되면서 명쾌한 결론에 다다랐다. 새로운 음향과 익숙한 전통 형식을 절묘하게 결합해낸 에스카이쉬의 6중주곡이 이번 음악제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8월 1일 오후 공연에서는 그레고리 돌바시안이 안무한 라벨의 '볼레로'가 세계 초연돼 화제가 됐다. 관현악곡으로 너무나 유명한 라벨의 '볼레로'는 새로운 안무를 위해 스내어 드럼과 4대의 첼로가 연주하는 5중주 버전으로 편곡됐고(제임스 베럴릿 편곡),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수석 무용수 서희와 솔로 무용수 알렉산드르 암무디가 풍부한 표정을 담은 춤으로 청중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라벨의 '볼레로'는 똑같은 리듬이 무려 169회 반복되는 동안 음량과 음색이 점점 고양되고 화려해지는 것이 특징이며 모리스 베자르의 안무로 더욱 잘 알려졌다.
베자르의 안무가 라벨의 음악 속에 표현된 점진적인 크레셴도(점점 세게)와 반복을 통한 최면 효과에 집중했다면 돌바시안의 안무는 남녀 무용수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어 색다르게 다가왔다.
때로는 같은 동작으로, 때로는 전혀 다른 동작으로 몸의 대화를 나누던 남녀 무용수는 후반에는 마치 거울로 서로를 반사하듯 대칭적인 동작을 선보였다.
그 장면에서는 서로를 원하면서도 결코 다가설 수 없는 남녀의 고독감마저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남녀 무용수의 대칭적인 동작에 바탕을 둔 이러한 안무가 라벨 '볼레로'에 나타난 점진적인 크레셴도 구조와 조화될 수 있는지는 의문스러웠으나 무용수들의 혼신의 힘을 다한 춤과 연기 덕분에 라벨 '볼레로'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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