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년> 지린성 기념비서도 누락된 독립군 사령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31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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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당국 새 기념비 세우며 최윤구 사령관 이름과 공적 제외한듯
△ (화뎬=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중국 지린(吉林)성 화뎬(華甸)시가 1990년 류수허쯔(柳樹河子) 전적지에 세운 원래의 최윤구 사령관 기념비. (출처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realism@yna.co.kr

<광복70년> 지린성 기념비서도 누락된 독립군 사령관

현지 당국 새 기념비 세우며 최윤구 사령관 이름과 공적 제외한듯



(화뎬<중국 지린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1930년대 중국 동북지역 일대를 누비며 일제 괴뢰군과 전투를 벌인 최윤구(崔允龜.1903~1938) 조선혁명군 사령관.

최 사령관의 항일 유적은 중국 지린(吉林)성 화뎬(華甸)시 홍쓰라즈(紅石<石+立>子)읍 류수허쯔(柳樹河子) 전적지에 세워진 기념비뿐인 것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가 최근 실제 찾아가 본 류수허쯔 전적지는 지린성의 작은 도시인 화뎬시에서 자작나무 숲길을 차량으로 1시간 가까이 달려야 나오는 산골 오지에 자리잡고 있다.

막상 도착해보니 25년 전 전적지에 건립된 '최윤구 기념비'는 간 곳이 없고 5년 전 새로 세워진 '류쓰허 전적지 유지'(柳樹河戰迹地遺址)라는 기념비에는 최윤구 사령관의 이름이 누락돼 있었다.

애초 화뎬시정부는 1990년 기념비를 세우면서 '1938년 말 양징위(楊靖宇)가 이끄는 항일연군 1로군과 소년철혈대가 밤중에 홍쓰라즈강 남쪽 류쓰허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괴뢰군을 공격해 백여 명을 섬멸하고 적 비행기도 1대 추락시켰다'며 '1로군 참모 최웅국이 장렬히 희생됐다'는 내용을 기록, 최 사령관의 업적을 인정했다. 여기서 '최웅국'은 '최윤구'를 잘못 쓴 것임을 국가보훈처와 독립기념관이 확인했다.

이에 비해 지린성 홍쓰(紅石)입업국 국가삼림공원이 2010년 5월6일 건립한 새 기념비는 뒷면에 양징위(楊靖宇)사령관 등이 2시간동안 100여 명을 사살하고 일본군이 보낸 비행기도 1대 격추했다는 좀더 자세한 내용을 담았으나 최윤구 사령관이 희생된 내용은 빠졌다.

삼림공원 측은 누락경위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문에 "2010년 임업국이 전적지 일대를 대대적으로 보수해 삼림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원래 있던 볼품없는 비석을 없애고 새 비석으로 교체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삼림당국이 항일유적이 많은 전적지 일대를 삼림공원으로 만들고 비석을 바꾸는 과정에서 최 사령관의 이름을 제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당국은 최 사령관 이름의 누락경위나 원래의 비석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삼림공원관리소 직원은 "2010년 5월 공원 부원장 책임 아래 비석을 새로 세웠는데 그는 정년퇴임했고 비석 행방은 모른다"고 했다.

삼림공원 공산당위원회 서기는 "애초에 흙과 나무 밖에 없던 전적지 일대를 정비하면서 새롭게 비석을 세웠다"며 "당시 근무자들이 전근하면서 원래 비석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공원에서 근무했다는 운전사 마쓰강(馬思剛·48)씨는 "10년간 여기서 일했지만 (최윤구 장군의)비석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관리소에서 모르면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사령관 자취와 관련해 화뎬시 박물관 관계자는 "77년이 지나서 전적지 위치가 정확하지 않고 대략 위치를 추정해 기념비를 세운 것"이라며 "한국인 항일투사가 많이 희생됐지만 누가 숨졌는지 알기는 어렵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최윤구 사령관은 평양 출신으로 3·1운동이 벌어진 1919년 중국으로 건너가 만주에서 조직된 항일독립군 연합단체 통의부에 참가한 이래 독립군의 맹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1929년 조선혁명군이 결성될 때 참가해 중대장, 연대장을 거쳐 제2사령관에 올랐으며 1935년 이후 일본군·만주국군 총공세에 맞서 60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동북항일연군 제1로군에 합류해 대일항전을 벌이다가 1938년 12월 전사했다.

한 때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동북항일연군에 참여한 탓에 사회주의 계열로 분류돼 공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5년 대한민국 정부가 건국훈장을 추서했다.

국가보훈처와 독립기념관은 2009년 '국외독립운동사적지 실태보고서' 8번째 편을 펴내면서 '최윤구 기념비'를 포함시켰다.

실태보고서는 2008년 6~9월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원들이 중국 등지를 돌면서 확인한 내용을 담았다.

연합뉴스는 '최윤구 기념비'에 대한 현지취재 내용을 국가보훈처 대변인실에 알렸으나 "담당 부서에서 경위를 파악해 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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