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기 참사 국제법정 설치 무산후 관련국 공방 가열
우크라·서방 "책임자 처벌 포기 않을 것"…러 "성급하고 정치화된 시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 피격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법정 설치 시도가 무산된 가운데 관련국들의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법정 설치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다음날인 30일(현지시간)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여객기 피격 사건에 잘못이 있는 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한 '플랜 B'(대안 계획)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 총리 공보실에 따르면 아르세니 야체뉵 총리는 "러시아가 국제관계 시스템을 파괴하고 유엔과 유엔 안보리의 권위를 해치는 것을 허용할 순 없다"며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플랜B 실행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그러나 플랜B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함께 결의안을 공동 제출했던 네덜란드 정부도 이날 여객기 격추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국제형사법정 설치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것은 진상 규명 노력에 큰 타격을 준 것이지만 네덜란드는 책임자를 사법 처리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여객기 피격 사건 관련국들이 안보리에 국제법정 설치를 위한 결의안을 제출한 것을 성급하고 정치화된 시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안보리 결의 주창자들은 다른 대안을 검토하지 않고 성급하게 국제법정 설치안을 안보리 표결에 상정했다"며 "이러한 행보가 선례도 없고 성급하며 비생산적이라는 우리의 지속적 주장은 받아들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든 안보리의 분열을 막고 문제를 건설적 궤도로 돌리려 애쓰던 러시아는 정치화된 결정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항변했다.
크렘린궁은 국제조사팀의 조사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가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끝까지 마무리돼야 하고 조사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검토돼야 한다"면서 "러시아는 줄기차게 조사가 실질적이고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정치 법정'을 위한 동기로 이용돼선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여러 차례 국제조사팀에 질문을 보내고 조사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유엔 안보리는 전날 네덜란드, 호주, 벨기에, 말레이시아, 우크라이나 등 5개국이 안보리에 제출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형사법정 설치 결의안을 표결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됐다.
표결에 참가한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미국, 영국 등 11개국은 찬성했다. 중국과 앙골라, 베네수엘라 3개국은 기권했다.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은 지난해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중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벌어지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상공에서 외부 물체의 공격을 받고 추락해 탑승자 298명이 모두 숨졌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여객기가 친러시아 반군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에 맞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반군과 러시아는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며 여객기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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