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만드는 이유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29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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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만드는 이유는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모든 자동차가 우리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휘발유를 대체하는 그 순간까지 SK 배터리팀은 계속 달립니다. 나도 같이 달리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SK 최태원"

29일 충남 서산 오토밸리 내 위치한 SK이노베이션[096770]의 서산 전기차 배터리 공장 3층. 공장과 사무실을 가로지르는 복도 한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준공식 당시 친필로 쓴 글귀가 액자로 남아 있었다.

건물 한쪽편에서는 반도체 공장 못지않게 깔끔한 배터리 공장이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반대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차분히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비록 '회장님은 부재 중'이지만 최 회장의 의지가 녹아든 전기 배터리 공장은 이날도 쉼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누가 뭐라고 해도 SK이노베이션이다. 비록 정보기술(IT) 붐을 타고 SK텔레콤[017670]과 최근 합류한 SK하이닉스[000660]가 어깨를 겨루고 있지만 그룹의 중추가 SK이노베이션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기본적으로 정유업체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은 휘발유나 경유 차량이 늘어야만 석유제품 수요가 증대하고 실적이 개선된다.

그러나 이미 정유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지난 2010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입을 결정했다.

어찌보면 기존 사업을 위협하고 잠식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시작한 배터리 사업 확대에는 지난해 말 취임한 정철길 대표이사 사장의 결단이 있었다.

세계 정상급인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 등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후발 주자에 불과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루머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배터리 사업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 사장은 "규모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외형만 크고 가동률이 30%면 무슨 의미가 있나. SK는 적은 인력과 규모로도 꾸준한 수주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는 만큼 배터리 사업의 포기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 정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서산 배터리 공장 증설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경영 여건을 맞은 상황에서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과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확신으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투자의 결실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서산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설비를 기존 대비 두 배 규모로 증설하는 공사를 완료하고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은 그동안 전기차 1만5천대 분량인 연산 300메가와트아워(MWh) 규모였으나 이번 증설로 3만대에 공급 가능한 수준인 700MWh 설비를 확보하게 됐다.

기존 대전 GT(Global Technology·기술원) 내 100MWh를 포함해 총 800MWh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증설은 기아자동차[000270]의 전기차 '쏘울 EV',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EV200', 'ES210'의 물량 증가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서산 공장은 현재 100% 가동률로 24시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뒤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 중국 베이징자동차 등을 고객사로 끌어들이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대수 1천56대로 국내 보급 전기차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기아차 레이EV나 쏘울EV(385대 등록)를 더할 경우 국내 전기차(2천703대) 중 절반 이상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했다.

실제 서산 배터리 공장 곳곳에는 업무용 및 테스트용으로 보이는 레이EV, 쏘울EV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1월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Beijing BESK Technology)'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 차량으로 선정된 베이징자동차의 ES210, 베이징시 택시 및 일반 판매용 차량인 EV200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한 자동차 업체와 하이브리드 버스용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는 등 중국 내 수주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보급이 500만대(누적 기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중국 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최근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 유명 자동차 회사에도 배터리를 납품키로 하면서 품질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향후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0년 6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HEV)에 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PHEV)와 순수 전기차(BEV)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순수 전기차 배터리에 강점을 지난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전망이 밝다는 설명이다.

이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김홍대 B&I(Battery & Information and Electronic Materials) 총괄은 "올해 현대·기아차와 베이징자동차 등에 총 2만대 분량의 배터리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기존 파트너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차별화한 기술력과 성능으로 국내외 배터리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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