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워킹맘 힘들어…일하러 나오는 게 편하다"
'우아'한 껍질 깨고 SBS 새 월화 '미세스 캅'서 열혈 강력형사 역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직장인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아요. 퇴근을 해도 집이라는 또 다른 직장에 출근하는 셈이거든요. 육체적으로는 밖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엄마로 사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다음 달 3일 첫 방송하는 SBS TV 월화드라마 '미세스 캅'에서 강력계 형사이자 엄마인 최영진 역을 맡은 김희애는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애들이 방학이어서 너무 힘들다. 나와서 촬영하는 게 나을 정도"라며 농담을 던졌다.
단아한 외모는 그대로지만 강력계 형사를 맡아서인지 김희애는 평소 작품 속에서보다 강단있고 활기차 보였다.
그가 맡은 최영진은 남편을 잃은 강력계 형사. 아이는 동생에게 맡겨놓고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 도둑질을 했다"는 딸의 말에 억장이 무너진다.
역할을 위해 액션스쿨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기도 했다는 김희애는 형사로서 고난도의 액션신을, 엄마로서는 섬세한 감정을 연기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처음 대본을 받았는데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더라고요. 형사를 다룬 드라마는 많았지만 대부분 남성이었는데 이번엔 여성, 그것도 나이 많은 아줌마가 직접 총을 들고 뛰어다니잖아요. 촬영인지 현실인지도 모르게 땀범벅으로 뛰어다니고 있는데 시청자분들의 환상을 깰까 걱정이네요."
우아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가 온몸을 던져 하는 연기는 시청자로서는 색다른 볼거리다.
연출을 맡은 유인식 SBS PD는 "오랜 팬으로 김희애씨를 방송으로 보면서 '사람이 항상 저렇게 우아하고 기품있다는 게 말이 되나? 본 모습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했었다"며 "오전부터 밤까지 시궁창에서, 땅바닥에서 구르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결론은 '원래 그런 분'이라는 것이다. 허점을 찾아내는 데 실패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1983년 데뷔한 베테랑인 김희애는 "스스로를 배우라고 생각하게 된 건 최근"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실 이제 나이도 있고 맡을 수 있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최영진은 한 사람으로서 바로 서 있는 캐릭터"라며 "이런 역할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어서 '이건 내가 해야 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액션은 제가 여러 도움을 받고 연습을 해도 그걸 전문으로 하시는 분을 따라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감정 표현이나 호흡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최대한 잘 해보려고 한다"는 것이 김희애의 각오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직업을 참 잘 택했다는 생각을 해요. 배우로서 제 목표는 '가늘고 길게' 가는 거에요. 작은 역할이라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얼마나 선택받은 자의 몫인지 점점 느끼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