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이자 기회"…카자흐스탄 19년 만에 WTO 가입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28 20: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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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가입의정서 제출 후 순탄치 않았던 협상에 종지부
"물가안정·해외투자유치" vs "농업·제조업 경쟁력 약화"
△ 카자흐스탄, 19년 협상 끝 WTO 가입 (제네바 EPA=연합뉴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왼쪽)이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에서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으로부터 카자흐스탄 명패를 전달받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이날 19년간의 협상 끝에 162번째 WTO 회원국이 됐다. 2010596@yna.co.kr The President of Kazakhstan, Nursultan Nazarbayev, left, and the Director-General of the World Trade Organization,WTO, Roberto Azevedo, right, show the panel after signing on the accession of Kazakhstan to the WTO during a final ceremony as Kazakhstan becomes a member, at WTO headquarters in Geneva, Switzerland, Monday July 27, 2015. (Sandro Campardo/Keystone via AP)

"위기이자 기회"…카자흐스탄 19년 만에 WTO 가입

1996년 가입의정서 제출 후 순탄치 않았던 협상에 종지부

"물가안정·해외투자유치" vs "농업·제조업 경쟁력 약화"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이자 옛소련권에서 러시아 다음의 경제 대국인 카자흐스탄이 19년 만에 세계무역기구(WTO)의 문턱을 넘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호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WTO 본부에서 카자흐스탄의 가입의정서에 최종 서명하며 기나긴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친애하는 WTO 회원국 대표들에게 지금은 카자흐스탄에 아주 역사적인 순간임을 알린다"며 크게 감격했다. 그의 소감은 지난 과정을 돌이켜 볼 때 절대 유별난 것은 아니다.

◇1996년 가입의정서 제출…순탄치 않았던 협상 과정

카자흐스탄은 1996년 1월 WTO에 가입의정서를 제출하고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 회원국 및 주변국과 이해관계가 엇갈려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러시아, 벨라루스와 2011년 체결한 관세동맹은 마지막까지 카자흐스탄의 발목을 잡았다. 2012년과 2013년 WTO 회원국들은 격론 끝에 관세동맹과 WTO의 관세체계가 상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카자흐스탄의 가입을 거부했다.

아울러 카자흐스탄은 WTO 가입을 놓고 최대 동맹국 러시아와도 갈등을 빚었다.

2014년 3월 카자흐스탄은 서방의 지지를 얻고자 미국과 협상에 들어갔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미국이 러시아를 배제하며 화근이 생겼다.

카자흐스탄이 이미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맺은 터라 카자흐스탄의 WTO 가입논의 때 러시아는 주요 교섭국이기 때문이다.

사태의 파장은 컸다. 러시아는 명백한 "사보타주(악의적 위해행위)"라며 미국을 거세게 비난했고 카자흐스탄은 결국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1년의 세월을 허비해야만 했다.

이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WTO 가입은 카자흐스탄에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먼저 협약을 맺은 관세동맹 탓에 가입이 쉽지 않다"며 러시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가 경제위기를 겪으며 카자흐스탄의 WTO 가입은 다시 속도를 냈다.

카자흐스탄은 그동안 걸림돌이던 관세동맹 조약의 수정을 러시아에 요구했고 자국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주요 교역국인 카자흐스탄의 지원이 필요했던 러시아가 이를 수용하며 카자흐스탄의 WTO 가입 여정은 결실을 볼 수 있었다.

◇WTO 가입 놓고 현지서는 평가 엇갈려

카자흐스탄의 WTO 가입을 놓고 현지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임정환 재카자흐스탄 한국중소기업연합회 회장은 28일 연합뉴스에 "WTO 가입은 카자흐스탄에 위기이자 기회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WTO 가입은 확실히 호재지만,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 국제적 수준의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데 현지에는 아직 오랜 관행들이 많아 개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자원산업 중심인 카자흐스탄은 국내산업 다변화와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데 관세장벽 완화로 생산소비재나 경공업 분야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경제 중심지 알마티의 키맵대학교 경영학과 이근중 교수도 "WTO 가입은 우선 낮은 관세로 수입다변화를 통한 물가 안정과 더 많은 해외투자 유치라는 긍정적 측면과 국내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철폐함으로써 농업이나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앞으로 무역거래가 국제 표준화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카자흐스탄 경제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제도 개선은 확실히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외영 코트라 알마티 무역관장은 "관세장벽이 줄어드는 만큼 수출환경이 좋아져 한국기업에는 분명히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으로 GDP의 70%를 석유ㆍ광물 등 자원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자 산업다변화를 위해 중소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현지 당국은 이를 위해 올해 4월 오는 2017년까지 국내기업에 약 1천억 텡게(약 5천840억원)를 지원키로 한 바 있다.

카자흐스탄이 WTO 가입에 총력을 다한 이유도 산업다변화를 위한 더 많은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나자르바에프 대통령이 가입서명 후 한 기자회견에서 "투자자에게는 10년간 법인 소득세와 토지세를, 재산세는 8년간 면제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WTO 가입이 카자흐스탄의 바람대로 해외투자 유치확대라는 실익만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러시아의 루블화 약세로 러시아와 관세를 철폐한 카자흐스탄은 지금까지 홍역을 치르고 있다.

환율차익으로 실질적 가격이 낮아진 러시아산 제품이 카자흐스탄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며 국내산업은 기반이 흔들렸다. 현재 카자흐스탄에서는 러시아산 제품이 자국산 제품보다 30~40% 싼값에 판매되며 작년 한 해만 국내 중소기업 수가 86% 급감하고 자영업자의 82%는 폐업했다.

이 때문에 WTO 가입으로 관세장벽을 더 낮추게 될 카자흐스탄이 국내기업을 육성하며 투자유치도 늘리는 '두 마리 토끼잡기'에 성공할지는 아직 판단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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