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말레이시아 인신매매등급 상향…`TPP 겨냥' 의회 반발
'3등급'서 '2등급 감시대상국'으로…3등급 국가는 TPA 적용대상서 제외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미국 국무부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의 인신매매 방지 활동 관련 등급을 기존 '3등급'에서 '2등급 감시대상국'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례 인신매매 실태(TIP)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라 스월 미 국무부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담당 차관은 말레이시아의 등급 상향 조정 배경에 대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에 완전히 충족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준 달성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을 평가해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는 것이 스월 차관보의 설명이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포괄적 타결을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계속 3등급으로 남아 있으면 미국 주도로 현재 진행 중인 TPP 협상 무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미리 등급을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미 의회로부터 무역협상촉진권한(TPA)를 부여받아 TPP 협상을 하고 있는데 인신매매 3등급 국가는 TPA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TPA는 대통령이 외국과 맺은 무역협정 내용에 대해 의회가 수정 없이 찬반 여부만 결정할 수 있는 제도로, 3등급 국가와 맺은 협정의 경우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미 의회의 별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의회 일각에선 당장 TPP를 겨냥한 정치적 조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샌더스 레빈(미시간) 의원은 "정부가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말레이시아의 인신매매 등급을 상향조정한 것은 아주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말레이시아를 위한 TPP 협상의 길을 터주기 이전에 말레이시아가 국제적 노동기준 등을 준수하도록 압박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원의원 160명과 상원의원 19명은 최근 말레이시아의 인신매매 3등급 유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이 서한에는 TPA 부여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 14명과 민주당 의원 12명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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