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②힙합 프로도 표현수위 지켜야(주철환 교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27 08: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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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표현의 자유 필요…방송사는 절제의 묘수를 꾀해야"


<어떻게 생각합니까> ②힙합 프로도 표현수위 지켜야(주철환 교수)

"래퍼 표현의 자유 필요…방송사는 절제의 묘수를 꾀해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힙합의 정신은 자유"라는 말 한마디는 '쇼미더머니'를 옹호하는 목소리들을 결집시킨다.

하지만 '쇼미더머니'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기성 힙합 가수들조차 녹화 과정에서 표현 수위에 대해 불만과 위험성을 지적한 걸 보면 이번 논란은 세대 간 갈등이라 거니 진보나 보수의 갈등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BC 스타 PD 출신으로 예능·쇼 프로그램을 하며 숱한 일을 겪은 백전노장이자, 현재는 아주대에서 교편을 잡은 주철환 교수는 "래퍼에겐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라. 그러나 방송사는 절제의 묘수를 꾀하라"라고 조언했다.

주 교수는 "일어난 문제를 수습하는 것보다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게 제작진의 역할이다. 수준은 몰라도 수위는 지켜야 한다. 품위나 품격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은 지키는 게 오래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철환 아주대 교수의 의견이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카페에서 옆자리 청년들이 떠든다. 사회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듣다 보니 비속어가 절반이다. 이해가 간다. 술값이라도 대신 내주고 싶다. 화제가 이성으로 옮겨간다. 여성비하 발언이 위험하다 싶더니 포크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까지 한다. 마침내 끼어들어 한마디 한다. "표현 좀 자제…" 젊은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저씨들은 투덜거리며 자기네 계산만 하고 나간다.

영화라면 약해도 한참 약한 장면이다. 그런데 방송에서 벌어지니 논란이 된다. 드라마가 아니고 음악프로다. '쇼미더머니'가 논란의 중심이다.



PD출신으로서 공감한다. 논란이 없으면 주목도 없다. 주목이 없으면 프로는 죽는다. 하지만 자막은 공손하다. "논란을 일으켜 정말 죄송합니다." 그들은 정말 죄송한 걸까? 왠지 논란을 즐기는 걸로 보이는데. "꼰대들이 웬 난리야?"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툼' 이것이 '논란'의 정의다. 논란이 시대의 온도를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면 나쁘지 않다. 나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다투고 싶지도 않으므로 논란에는 끼어들고 싶지 않다. 다만 PD선배로서 의견을 낸다면 제작진의 '절제'를 권유하고 싶다.

살면서 지켜야 할 것들은 수시로 부딪친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자들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자들. 힙합정신을 지키려는 자들과 방송규정을 지키려는 자들.

랩은 자유를 넓혀가는 예술이다. 누가 자유를 가로막는가? 누가 예술을 방해하는가? 그러나 여기는 카페가 아니다. 공연장이 아니다. 방송이다.

지상파건 케이블이건 방송은 넓게 퍼지는(broad+casting) 게 목표다. 그러니까 보는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안 보면 될 거 아냐?" 그러나 보지 말라 하면 더 보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영리한 제작진은 그것을 알고 있다.

지난주(7월 17일) 시청률이 공히 2.3% (닐슨코리아 제공), 2.3% (TNMS 제공)다. 영향력이 적다고 볼 수 없는 시청률이다.

정리하자. 래퍼에겐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 그러나 방송사는 절제의 묘수를 꾀하라. 일어난 문제를 수습하는 것보다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게 제작진의 역할이다. 수준은 몰라도 수위는 지켜야 한다. 품위나 품격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은 지키는 게 오래 살아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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