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이웃사촌'…지자체 간 걸핏하면 관할권 송사
헌재에만 1992년 이후 17건 접수…평택·당진 15년째 법정 공방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경남 남해군과 전남 여수시 사이에 '멸치 황금어장'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경남 어민들이 조업을 해왔던 남해와 여수 사이 어장을 두고 대법원이 지난달 경남 어민은 이 구역에서 조업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이달 22일 어민들이 반발해 수백 척의 어선까지 동원해 해상시위를 벌였다.
경남도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음 달 헌법재판소에 해상경계를 제대로 만들자는 심판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인접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육상, 해상의 관할권 문제로 다투다 헌재나 법원을 찾아 송사를 벌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헌재에 따르면 1992년 이후 헌재에 들어온 권한쟁의 사건 86건 가운데 지자체 간 분쟁에 대한 심판을 구하는 것은 17건에 달했다.
지난 2005년 제주도와 전라남도 완도가 무인도인 '사수도'를 놓고 벌인 관할권 분쟁이 대표적이다.
사수도 인근 어장 때문에 벌어진 이 다툼에서 헌재는 3년간 심리를 진행한 끝에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충남 홍성군과 태안군도 죽도 인근 해역 관할권을 놓고 5년째 헌재의 심리를 받고 있다.
해상 경계를 어떻게 정할지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어업활동에 타격을 받을 수 없어 헌재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열고 주심 재판관이 현장검증까지 해가며 심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남 고성군과 사천군도 삼천포 화력발전소 부지 관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1984년 공유수면을 매립해 만든 이 땅은 고성군이 1985년부터 관리해왔지만 사천시가 지난 2월 해상경계선으로 보면 이 땅의 일부는 사천시 관할이라며 사건을 헌재로 가져왔다.
지자체간 관할 다툼으로 빚어지는 법적 분쟁은 법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새만금 매립지 관할권을 둘러싼 싸움이었다.
정부가 새만금 3·4호 방조제의 행정 구역 귀속지를 군산시로 정하자 김제시와 부안군이 이렇게 되면 산업단지와 국제도시 등이 들어설 노른자위 땅은 모두 군산시 차지가 된다고 반발하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13년 11월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은 군산시에 있다고 결정했다.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도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을 놓고 15년째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당진시가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2004년 헌재가 매립지 관할권이 당진시에 있다고 인정하자, 평택시는 2010년 중앙분쟁조정위원회에 관할 조정을 신청했다. 지난 4월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평택시의 관할권을 인정하자 이번에는 충남도와 당진시가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매립지에 있는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 만만치 않고, 항구와 고속도로를 끼고 있어 앞으로도 기업들이 몰려올 수 있는 곳이어서 양쪽 다 헌재와 대법원의 문을 두드리며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