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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선교장 활래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
<주말 문화재 탐방> 강릉 선교장, 조선 양반가 주택의 전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강릉의 명소 경포호와 오죽헌 사이에는 전국의 오래된 가옥 가운데 가장 먼저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선교장(船橋莊)이 있다.
세종의 둘째 형인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이 300여년 전 강릉으로 이주해 오면서 지었다는 집으로 배다리마을에 위치해 지금과 같은 택호를 얻었다.
자그마한 동산 아래 안채와 별당, 사랑채, 행랑채, 사당이 들어서 있고 조경이 아름다운 연못과 정자도 있다.
선교장의 여러 건물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완공된 지 200년 된 열화당(悅話堂)이다. 바깥주인이 기거하는 사랑채로, '기쁘게 이야기하는 집'이라는 당호는 도연명의 시 '귀거래사'(歸去來辭) 글귀에서 따왔다.
팔작지붕에 홑처마 구조인 열화당의 특징은 툇마루 앞에 설치된 동판 구조물인 차양이다. 조선 후기에 유입된 서양 건축양식의 흔적으로 러시아공사관에서 선물로 준 시설이다. 이 같은 차양은 흥선대원군의 저택인 서울 운현궁에서도 볼 수 있다.
열화당은 기단 위에 집채를 건축해 고상하고 우아한 멋을 풍기며, 내부에는 추사 김정희와 의친왕 이강이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연이 수면을 뒤덮고 있는 연못 앞에 세워진 활래정(活來亭)도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폐쇄적인 열화당과는 달리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활래정은 18세기 초반 지어졌으나 1906년 중건됐다. 창덕궁 부용정처럼 수중에 초석을 박고 그 위에 누마루를 설치했는데, 마루 창문을 통해 수려한 경치를 바라볼 수 있다.
기다란 문간채 너머에는 선교장 사람들이 생활했던 안채가 있다. 집의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소박한 편으로 대청 양쪽에 온돌방과 고방이 있다. 고방은 세간을 보관하는 광 같은 공간을 뜻한다.
안채 주변으로는 살림집인 동별당과 서재로 쓰인 서별당, 열화당으로 통하는 통로이자 곳간인 연지당(蓮池棠) 등이 있다. 서별당과 연지당은 한옥 스테이 장소로 사용된다.
경내 한쪽에는 광해군이 하사한 안장, 19세기 초반에 제작된 지도, 오래된 가구와 서화 등 유물 300여점이 전시된 박물관도 있다.
한편 열화당에서는 오는 27일 오후 7시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일환으로 음악회가 열린다.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야요이 도리키, 테너 정호윤, 피아니스트 강유미가 무대에 선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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