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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혐한'(嫌韓)시위 장면.(niconico 제공) |
서양 감독이 본 한일 역사갈등…인터넷서 다큐멘터리 상영
日동영상사이트 니코니코, 징용·일본군위안부 다룬 작품 공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국과 일본은 왜 갈등을 반복하고 있을까.
영국인 영상제작자인 피오나 스타톤이 '한국과 일본을 묶는 매듭'(The ties that bind Japan and Korea)'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도했다.
일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 측이 이 작품을 일반에 공개하기에 앞서 24일 도쿄에서 언론에 선보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조선인 징용,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교과서 수정, 독도에 관한 이견 등 한국과 일본의 갈등 소재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다뤘다.
니코니코 측의 의뢰를 받아 영국 블레이크웨이 프로덕션이 이른바 '서구 시각'에서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역사 문제에 관한 한국과 일본의 견해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데 주안점을 뒀다.
예를 들어 일본군 위안부 이옥선 할머니는 이 작품에 출연해 어린 시절에 겪은 끔찍한 경험, 광복 후에도 부끄러워 숨죽이고 살았던 경험, 전후 70년이 지나도록 풀지 못한 한을 생생하게 전한다.
'위안부 문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이 아닌지가 매우 미묘하다'고 강조하는 일본 한 고등학교 수업 장면에서는 피해자의 인권보다는 사실 관계를 따지려는 일본 내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이 영상은 일본식 성명 강요, 문화 말살 정책, 강제노역, 조선인 차별 등 일제 강점기에 이뤄진 일본의 가해 행위를 두루 소개한다.
또 아시아여성기금 사업이나 고노(河野)담화 발표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이 그간 기울인 노력도 일정한 수준으로 소개하고 있다.
식민지 지배의 피해국인 한국의 시각에서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도 눈에 띈다.
어버이연합회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격렬하게 항의 시위를 벌이는 장면은 일본의 역사 왜곡 움직임에 분노한 여론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과격성을 지나치게 부각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영어로 흘러나오는 해설이 안중근을 '안중윤'처럼 들리게 발음하거나 임진왜란을 설명한 일본어 자막에 한반도 침략을 '출병'(出兵)으로 표기한 것 등 세심함이 부족한 대목도 있다.
또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자금 지원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해설한 것은 일본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라서 논란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한쪽 입장에 치우치기보다는 대립하는 시각을 차례로 소개해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려 애쓴 흔적은 엿보인다.
니코니코는 이달 30일과 다음 달 7일 이 다큐멘터리 1·2편을 한국어·일본어 자막을 달아 생방송으로 일반에 공개한다.
또 이달 31일, 다음 달 1·2·3·8일 시청자의 이해를 돕도록 이에 관한 토론 및 해설 방송을 편성하며 영국 BBC 월드와이드를 통해 세계 각국으로 배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인터넷은 일본 우익 세력의 활동 무대가 되거나 일본에 대한 마구잡이 비난의 장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번 작품의 인터넷 개봉이 누리꾼이 좀더 냉정하게 양국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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