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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이라크에서 버린 무기. |
'이웃 사촌' 카자흐·키르기스, 테러범 행적 싸고 신경전
중앙아시아 이슬람국, IS 유입 '네탓' 공방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중앙아시아의 이웃사촌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 테러범 두 명의 과거 행적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키르기스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 17일 자국 대테러부대가 국내에서 테러를 모의하던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대원 6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안보위원회는 사살된 이들이 북부도시 칸트에 있는 공군기지를 급습해 무기를 탈취하려 했다며 주동자를 국내에 불법입국한 카자흐 국적의 잔볼랏 아미로프와 알베르트 압킨이라고 지목했다.
키르기스 당국은 이 주동자들도 이번 소탕작전에서 모두 숨졌으며 이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테러훈련을 받고 카자흐에서 조직을 운영하다 키르기스로 넘어와 테러를 모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키르기스에 자체적인 IS 단체는 없다는 주장으로 카자흐에 책임을 넘긴 것이다.
반면 소식이 알려지자 카자흐 당국은 테러 주동자들의 행적에 오류가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카자흐 국가안보위원회는 21일 주동자로 지목된 2명의 자국민이 지난해 5월과 8월에 가짜여권을 가지고 불법으로 키르기스 국경을 넘은 것으로 안다며 그들이 카자흐에서 테러단체를 결성했다는 키르기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카자흐가 자국민의 IS 가입설을 일축한 것이다.
카자흐 안보위원회는 또 그들이 불법입국 혐의로 키르기스 당국에 체포돼 복역하다 최근 탈옥한 것은 맞으나 시리아나 이라크에 갔다 왔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카자흐 외무부도 24일까지 키르기스 당국의 주장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양국의 이런 엇갈린 입장은 IS 유입에 민감한 현지 분위기 때문이다.
키르기스와 카자흐는 전 국민의 70% 이상이 이슬람교도지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 국제사회는 IS가 불법적인 포교활동을 벌이며 곧 이곳에 진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폴란드의 국제문제연구소(PISM)가 올해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카자흐인 250명과 키르기스인 100명이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테러리스트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 전문가들도 카자흐와 키르기스의 IS 유입에 대해 "역내 토착 과격주의자들이 현지에서 테러를 벌이고자 중동, 아프리카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와 협력하는 단계"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을 위해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적인 카자흐와 키르기스는 IS 유입국이라는 오명을 서로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관련해 카자흐가 먼저 키르기스를 IS 유입국으로 지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카자흐의 저명 정치학자 도심 삿파예프는 올해 1월 "키르기스가 역내 과격주의자들의 이동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삿파예프는 "키르기스가 중앙아시아에서 테러 위험이 가장 큰 곳"이라며 키르기스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지역경제공동체) 가입은 "이주 노동을 자유롭게 해 범죄와 극단주의의 역내 확산이라는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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