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샌더스 돌풍'…'풀뿌리·디지털선거' 주효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24 11: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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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디지털 선거마케팅·온라인 소액 기부에 초점
숙제는 '표의 확장성'…대안 제시·지지층 확대 시급


미국 대선 '샌더스 돌풍'…'풀뿌리·디지털선거' 주효

맞춤형 디지털 선거마케팅·온라인 소액 기부에 초점

숙제는 '표의 확장성'…대안 제시·지지층 확대 시급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무소속 신분으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버니 샌더스(73·버몬트) 상원의원의 '굴기'(�起)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 경선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독주 체제 속에 막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샌더스의 존재감은 이제 '힐러리 대항마'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69)의 바람은 골수 보수파의 불만을 대리만족시킨 측면이 강하지만, 샌더스 후보의 돌풍은 새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샌더스 후보의 정치적 부상은 '풀뿌리 정치'와 '디지털 선거운동'이 주효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그의 선거운동은 유권자 데이터베이스와 지지자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 각종 빅데이터를 통합해 정교한 '맞춤형 디지털 선거 마케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SNS 등을 통한 온라인 지지를 견인해내고 소액 기부자들의 모금을 통해 선거자금을 모으는 게 핵심이다.

샌더스 후보는 구글 검색순위에서 라이벌인 클린턴 전 장관을 훨씬 앞질렀다. 그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150만여 명으로 상원의원 200명 가운데 1위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디지털 선거운동은 미국 정치에서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나는 IT(정보기술) 문외한이지만,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참모들을 고용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디지털 선거운동은 지난 2004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무명이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썼던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전했다.

딘 전 주지사는 당시 미트업닷컴(meetup.com)이란 초기 SNS를 통해 지지자를 결집시키며 일약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또 인터넷에서 32만 명의 기부자로부터 4천500만 달러를 끌어모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뉴미디어 전략·기술 기업인 '블루 스테이 디지털'(Blue state Digital)을 통한 디지털 선거를 펼친 데 힘입은 것이다.

경제지 비즈니스위크가 당시 이 회사에 '오바마의 비밀 디지털 병기'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샌더스 선거캠프의 정치자금 모금도 철저히 온라인에서 소액 기부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모금 운동에는 '샌더스를 위한 풀뿌리'(GFS)라는 이름을 내건 이들은 학생들이 주축이 됐다.

이들이 15일 자정부터 24시간 동안 온라인 플랫폼 '선더클랩'(thunderclap)을 통해 진행한 모금 운동에는 총 2천50명이 참여, 애초 목표 인원 500명을 410% 초과 달성했다.

GFS는 정치자금 모금 운동과 병행해 이날 하루 총 102만 3천797명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샌더스를 알리는 홍보활동에도 나섰다.

샌더스 선거캠프는 이밖에 풀뿌리 모금 창구인 '액트블루'(ActBlue.com)에서 '십시일반' 모금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금창구에서는 자발적 샌더스 지지자들이 친구들을 불러 마치 아마존에서 충동구매를 하듯 소액 기금을 기부하도록 하는 '정치자금 모금책' 역할을 맡고 있다.

샌더스 선거캠프가 지난 15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대선 자금으로 총 1천500만 달러(약 172억 원)를 모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말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총 1천35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이 가운데 1천50만 달러(전체의 78%)가 200달러(약 23만 원) 이하 소액 기부자 주머니에서 나왔다.







샌더스 후보의 또 다른 장점은 군중 동원력이다.

지난 18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 행사장에서 그는 1만 1천여 명의 군중을 끌어모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몇 달 동안의 대선주자 행사 중 최대 인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샌더스 후보의 지지율은 2개월 전 6%에서 최근 19%로 수직상승했다.

몇 주 전만 해도 그가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승부처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은 희박했다. 지금은 샌더스 돌풍이 어느 정도 불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샌더스 후보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표의 '확장성'이 숙제다.

빈부격차 해소, 경제정의 확립, 공립대학 무상교육,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등 타협 없는 사회주의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샌더스 비판자들이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진보적 백인들이 압도적인 지지자층에서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인종까지 아우르는 지지층 확대는 시급한 과제다.

샌더스 후보가 지난 18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 연설에서 텍사스 주에서 흑인 여성의 교도소 사망을 규탄하는 시위대에게 명쾌한 답변을 주지 못한 것을 놓고 흑인사회에서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당시 흑인 시위대로부터 '사망한 흑인 여성의 이름을 알고 있느냐',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은 뭐냐'라는 질문을 받고 자신의 인권활동 경력만 언급하고는 경제 문제로 화제를 바꿨다.

실제로 샌더스 후보의 초반 돌풍은 향후 온라인에서 열광적 지지를 오프라인으로 어떻게 연결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2004년 민주당 경선에서 선풍을 일으키다가 자진사퇴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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