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 공조 실패 사례 후 실시간 교류로 이원화 문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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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살인, 강도, 성폭행 등 범죄와 관련해 정부가 확보한 DNA정보가 20만건에 육박한다. 강력사건 범죄자의 DNA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법률이 시행된 지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23일 대검찰청과 경찰청에 따르면 정부가 보유한 DNA 신원확인 정보는 2014년 말 현재 17만3천24건이다. yoon2@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
< DNA법 5년> ③ 5년간 오류 '0건'…"채취대상 확대해야"
반대 측 "정부가 과도한 범위의 정보 무제한 보유"
검찰·경찰 공조 실패 사례 후 실시간 교류로 이원화 문제 개선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이보배 이효석 기자 = 시행 5년째를 맞은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은 장기 미제사건 해결에 탁월한 실적을 올렸음에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DNA는 단순한 지문과 달리 개인의 성별과 병력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기에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재범의 우려가 있는 강력 범죄자의 DNA 정보를 수집하도록 한 법의 테두리를 넘어 공안 사건에서도 DNA 정보가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한다.
이에 반해 사회의 합의를 전제로 DNA 정보 수집 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5년간 DNA 관리에서 오류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고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 "DNA법, 국민의 자기정보 결정권 침해"
이 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2011년 "이 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작년 8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평등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대상자의 행동 자체를 통제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익 목적이 당사자의 손실보다 더 크고 전과자 중 수용 중인 사람에게만 적용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들어맞는다는 설명도 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의 반대의견이 나와 가까스로 합헌 판정을 받았다.
김이수·이진성·강일원·서기석 재판관은 "DNA법이 재범 위험성을 규정하지 않고 특정 범죄 수형인의 DNA 시료를 획일적으로 채취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5년간 DNA 정보 삭제 건수는 시료 채취 건수 대비 2.03%에 불과하다"며 "이는 국가가 이 정보를 제한 없이 보유하면서 국민의 자기정보 결정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수사기관이 시국사범과 단순 범죄자까지 무분별하게 DNA를 채취하는데, 이는 입법목적을 일탈한 것으로 인권 보호를 위해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도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신원확인 용도에 불과한 DNA라도 나중에는 다른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인권단체연석회 등 일부 시민단체는 이 법의 악용을 우려했다. 장애인과 노동자, 철거민 등 공안당국 관리 대상자의 DNA를 불법으로 수집할 개연성을 지적했다.
수사기관이 용산 철거민과 노동조합원, 지체장애인 활동가 등에게 강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DNA 채취를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 데이터베이스 검·경 이원화도 문제
데이터베이스가 경찰과 검찰 두 기관이 나눠서 수집하고 관리하는 현행 체계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검·경 공조 부실로 2012년에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주부가 성폭행 시도 끝에 살해된 '서진환 사건'에서다.
서씨는 그해 9월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이 범죄는 수사 공조가 제대로 됐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서씨는 살인을 저지르기 2주 전 중랑구 면목동에서 이미 30대 주부를 성폭행했다. 경찰은 이때 데이터베이스에 일치하는 정보가 없어 피의자 특정에 실패했다.
그러나 검찰은 과거 성폭행죄로 복역한 서씨의 DNA를 채취해 보관한 상태였다. 결국, 두 수사기관의 공조 실패로 참상이 생긴 것이다.
조철옥 탐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010년 논문에서 외국의 사례를 들어 검·경간 이원화 문제를 비판했다. 미국은 FBI의 NDIS(National DNA index system), 영국은 법과학연구소, 독일은 연방중앙수사국 중심으로 DNA를 관리한다. 그러나 한국은 이원화 탓에 타 기관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도 감식 정보의 오남용 및 유출 위험성 증가와 중복 관리에 따른 비효율 문제가 생기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라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 "DNA법 시행 5년간 효과 검증…사회적 합의로 대상 넓혀야"
DNA법의 효과가 5년 동안 충분히 검증됐고, 오히려 사회적 합의 속에서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유전자과 신원확인정보관리실장이 대표적인 DNA법 예찬론자다. 임 실장은 23일 "지난 5년간 DNA법의 효과가 입증됐다"며 "미제사건의 신원 확인 건수만 보면 효과는 확실히 검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률을 통해 공식적으로 DNA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국가는 50여개국에 달하고 준비하는 국가까지 포함하면 70여개국이 된다"며 "DNA DB는 보편적인 과학수사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대상을 점차 확대하는 것이 효용성 제고에 도움된다는 주장도 했다. 미국은 DNA 채취 대상을 형이 확정된 수형자에 제한하다가 점차 넓혀간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소속 심의기구인 DNA신원확인정보데이터베이스관리위원회 이숭덕(서울대 의대교수) 위원장도 DNA법을 적극 옹호했다. 이 위원장은 "법 시행 초기에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오류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우려가 실제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검찰과 경찰의 이원화 운영의 해결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서진환 사건을 통해 두 기관의 공조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수준으로 개선됐다"며 "수형자 관리는 검찰이, 구속자 관리는 경찰이 하는 국내 수사기관의 특성상 하나로 통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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