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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르기스스탄이 미군에 제공한 마나스 미군지기의 폐쇄 전 모습. |
키르기스, 미국과 협력 파기…오랜 동맹관계 '급랭'
친러로 돌아선 키르기스 미와 '거리두기'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옛소련권 중앙아시아에서 미국과 오랜 동맹관계를 이어온 키르기스스탄이 일방적으로 우호협정을 파기해 양국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티미르 사리예프 키르기스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지난 1993년 미국과 체결한 협정의 철회를 내각에 지시했다고 아키프레스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사리예프가 철회를 지시한 협정은 미국이 키르기스에 제공하는 원조와 관련된 인원에게는 키르기스가 외교 면책권을 부여하고 물품에 대해서는 관세 또는 기타 세금 등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국 군사·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우호협정이다.
사리예프의 지시에 따라 이 협정은 다음 달 20일 소멸한다.
미국은 앞서 키르기스 정부가 이 협정을 깨트릴 움직임을 보이자 일방적 협정 파기는 키르기스의 인권 및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양국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악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키르기스는 이번 협정 파기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미 국무부가 키르기스 반체제 인사 아짐잔 아스카로프에게 지난해 수여한 인권상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현지 전문가들은 최근 친(親) 러시아로 돌아선 키르기스가 미국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짐잔 아스카로프는 키르기스의 대표적 야권인사로 그는 지난 2010년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현재 복역 중이다.
1991년 소련서 독립한 키르기스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코자 자국 공군기지인 마나스 기지를 미군에 제공했다.
러시아의 '앞마당'이자 중동지역에 군사적 압박이 가능했던 마나스 기지는 미국이 이 지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 때문에 미국과 키르기스는 지난 10여 년간 끈끈한 군사·경제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키르기스가 최근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며 미국과 키르기스의 관계는 점차 틀어지고 있다.
키르기스 정부는 러시아의 압박으로 지난해 일방적으로 마나스 기지의 폐쇄를 미국에 통보했으며 또 러시아가 도입한 반동성애법 마저 제정하려 해 미국의 반발을 샀다.
이런 가운데 키르기스는 올해 5월 러시아 주도의 지역경제공동체 '유라시아경제연합'(EEU)에도 가입하며 양국은 밀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키르기스는 EEU 가입 대가로 기존 회원국들로부터 총 3억 달러의 개발 지원금 및 러시아로부터는 군사지원을 약속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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