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집행위원회 건물(연합뉴스 자료사진) |
유럽, 대러시아 선전전 위해 뉴스통신사 설립
사실상 EU 차원 후원…'콘텐츠 공장이자 유럽판 BBC'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유럽이 러시아와의 '선전 전쟁'을 위해 뉴스통신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와 신(新)냉전적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쟁에선 여론을 장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서방과 러시아는 이미 전면적 선전전 태세에 돌입했다.
양측은 '국제여론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방송이나 신문, 유튜브 같은 인터넷 매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 측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첨병이자 강력한 지원군으로서 러시아 어로 소식을 전하는 뉴스통신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디어 지형이 급변하고 있지만 가장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많은 뉴스 콘텐츠들을 신속하게 여러 통로로 공급하는 뉴스통신사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네덜란드와 폴란드 두 나라 외무장관은 지난 20일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이 공동으로 뉴스통신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설립 목적은 러시아와 옛 소련 치하 동구권 국가의 러시아 어 사용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매체, 소셜미디어 등에 "객관적 정보에 바탕해 다양한 견해를 나눌 수단과 능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옛 소련 산하이었던 동구 국가 중 일부는 EU 회원국이며 일부는 미가입국이다. 이들 나라엔 러시아계 주민이 상당수 살고 있고 러시아어 사용 매체의 영향력이 작지 않다.
EU는 최근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 국면에서 러시아 언론의 '허위보도'가 이 국가들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내년 출범할 이 뉴스통신사가 "선동적·공격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의 사실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9월 바르샤바에서 설립자금 마련을 위한 첫 '기부자 회의'를 열고 이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번갈아가며 창립 준비 행사 등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열린 EU 28개국 외무장관회의에서도 뉴스통신사 설립 계획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일단 두 나라가 발기인 역할을 하지만 추후 EU 회원국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3월 EU 정상회의는 '러시아의 허위정보 공세에 대응할 방법을 찾으라'고 EU의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외관계청은 각국 전문가들을 채용, '이스트 스트랫컴(ESC) 팀'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대응 조직 출범을 준비 중이다.
'동방(러시아와 옛 동구권)을 겨냥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조직'라는 뜻의 이 팀의 임무는 '러시아 미디어의 허위 뉴스들이 가짜임을 폭로'하는 한편 선전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전략을 짜고 지휘하는 것이다.
EU 정치 지도자와 언론사, 회원국 등에 '중요 현안들과 관련한 전용 커뮤니케이션 자료들을 신속 제공하는 것"도 이 팀의 주 업무다.
ESC팀은 지난달엔 러시아의 선전전에 대응하기 위해 EU와 산하기구들이 참여할 전략 보고서를 마련해 EU 각료회의에 보고한 바 있다.
뉴스통신사 설립 아이디어는 브뤼셀에 소재한 '유럽민주주의재단'(EED)이 낸 러시아 선전전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 나온 것이다.
이 재단은 독립 기관이지만 EU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이 보고서 연구자금은 네덜란드가 댔다.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 추종 반군에 의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격추되며 자국민들이 대거 희생된 이후 러시아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EED 관계자는 이 뉴스통신사를 '콘텐츠 공장'이자 '일종의 유럽판 BBC'라고 묘사했다고 21일 EU 전문매체 EU 옵서버는 보도했다.
한편, EU의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 러시아의 허위 선전에 대응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지나칠 경우 자칫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희생되는 게 진실'이라는 경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