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진출 서방기업에 골치아픈 라이벌 '혁명수비대'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 서방 기업들이 이란 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이란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나 장애물이 적지않다.
가장 큰 도전은 '이란혁명수비대'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막강한 이란혁명수비대가 이란 경제의 '큰 손'이기도 하다면서 서방 기업의 이란 진출 전망에 암운을 드리우는 존재라고 보도했다.
이란 군부 조직인 혁명수비대는 이슬람 시스템 수호 책임을 맡고 있으나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이란이 고립된 기간에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세력의 하나로 부상했다.
건설, 제조, 은행, 해운업 등에 문어발식으로 개입하고 있다.
혁명수비대가 입김을 행사하는 기업 제국 가운데 핵심에 있는 엔지니어링 건설업체 '카탐 알-안비아'는 장기 계약액이 이란 국내총생산의 12% 규모인 500억 달러(약 57조6천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만약 이란이 이달 중순 타결된 핵협상 합의 조건을 이행하면 많은 제재조치가 내년초까지 해제될 수 있다.
WSJ는 서방 기업들이 이란의 잠재적 고객들에 대해 혁명수비대와의 관계를 주의깊게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혁명수비대가 해외 테러와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고 비난하는 반면 혁명수비대의 전ㆍ현직 책임자들은 이를 부인하면서 수비대의 관심은 국가안보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미국내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알리레자 네이더 연구원은 "다수 사업이 전직 혁명수비대 간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때로는 혁명수비대가 국가 안보를 위한 군 조직인지 기업체인지 구분이 모호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혁명수비대가 이란의 전체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전체 경제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은 줄어들었으나 정치적 역할은 여전히 크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공정한 여건하에서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혁명수비대와 관련이 있는 기업들과 일하는 한 컨설턴트가 말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명목상으로는 군사 조직이지만 동시에 강력한 정치세력이기 때문에 정부 계약 입찰이나 민영화 협상 등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았다고 이란내 비판론자들은 주장한다.
혁명수비대에 대한 특혜는 이곳 출신인 강경파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 재임 당시 심했다.
아마디네자드가 재선에 성공한 2009년, 혁명수비대와 관계가 있는 한 컨소시엄은 유선망 독점사업자이자 주요 이통사업자 가운데 하나인 이란 텔레콤의 지분 과반수를 확보했다.
혁명수비대는 마쓰다 브랜드 승용차 조립업체 바흐만 그룹의 지분 45%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마쓰다자동차 대변인은 "대(對)이란 제재 해제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서방외교관은 "그들(이란혁명수비대)이 외국기업과의 경쟁 전망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란 정부도 혁명수비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만수르 모아자미 이란 석유부 차관은 "예전에는 혁명수비대 사람들이 많은 공사를 따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며 "최근 소규모 정유시설 건설 입찰에서 8건의 계약가운데 혁명수비대는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압바스 아쿤디 이란 교통ㆍ도시개발 장관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혁명수비대가 이란 업계에서 그들의 역할을 유지할 것이냐는 물음에 "경제에서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경쟁이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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