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핵심'…전문성 강화 '방점'
"수익률 높이면 위험도 커져…가입자대표성이 우선" 비판
![]() |
△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실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정책위원회 위상과 전문성 강화 등 3가지를 핵심으로 하는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편, '수익성 vs 안정성' 격돌(종합)
보사연,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향 토론회 개최
개편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핵심'…전문성 강화 '방점'
"수익률 높이면 위험도 커져…가입자대표성이 우선"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편을 놓고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서 수익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와 안정성이 먼저라는 주장이 대립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향 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정책위원회 위상과 전문성 강화 등 3가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기금운용의 수익성 향상과 의사결정과 집행 과정에서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처럼 수익성 향상과 전문성 강화를 토대로 거버넌스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전문성보다는 가입자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토론회는 개편안에 반대하는 국민연금공단 노조원들이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반대' 등을 외치며 단상을 점거해 10여분 늦게 시작됐다.
◇ 개편안 어떤 내용 담았나…"전문성 높여 수익성 강화" 핵심
개편안은 보사연이 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만든 만큼 사실상의 정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원종욱 보사연 미래전략연구실장과 신진영 연세대(경영대) 교수, 안동현 서울대(경제학부) 교수, 이재현 숭실대(금융학부) 교수 등 연구진이 참여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부서이던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공사로 분리해 복지부 산하의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사 사장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한다.
공사화의 배경에는 연금자산운용의 수익성을 높이려면 조직 전체를 금융조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또 기금투자정책과 자산배분 결정을 담당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사무국을 둔 상설 조직으로 개편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복지부장관이 맡던 위원장을 민간 위원이 맡도록 하고 위원은 기금운용 관련 전문가가 맡게 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복지부 차관이 주재하던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는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격상시켜 연금 관련 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위원들 역시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구성하고, 적극적인 의사결정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급여 수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 "수익성보다는 안정성, 전문성보다는 대표성 중요"
토론자로 나선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보사연의 개편안에 대해 "수익률 극대화와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기금운용 지배구조에서 가입자를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며 "이는 가입자와 수급자 처지에서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개편안대로 투자와 자산배분을 담당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정부위원과 전문가로 구성한다면 기금의 주인인 가입자를 배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기금운용의 원칙은 안정성의 대전제 하에서의 수익성과 공공책임성이고 기금의 주인인 가입자 대표성은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원칙"이라며 "기금운용위원회에 가입자 대표가 과반수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기금운용에서 고위험 자산투자의 비중을 제어하고 정부의 정치적 개입을 차단한 것은 가입자 대표의 역할이었다"며 "전문성이 높다는 세계 주요 연기금도 금융위기 당시 마이너스 20% 안팎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운용공사의 설립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을 금융자본에 종속시키고 경제부처가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우회적으로 개입하게 될 여지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전문가 중심의 기금운용위원회와 철저하게 투자조직화된 기금운용공사의 조합은 기금운용을 제도나 재정안정 문제와 분리시킨 채 철저하게 투자 논리에 따라 수행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금수익으로 재정 안정을 도모하려 했다가 오히려 고위험 추구로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며 "이보다는 보험료와 급여율에 대한 조정,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재정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고전문가 모이도록 기금운용본부 공사화해야"
이에 비해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다른 토론자들은 전문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보사연의 개편안에 대해 대체로 찬성했다.
조성일 중앙대(국제대학원) 교수는 "3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가가 독립적으로 투자를 결정해야만 과도하지 않은 위험 아래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개편안에 손을 들어줬다.
조 교수는 "선진국의 연금을 뒤따라가는 뒷북 투자에서 벗어나려면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 최고의 조직 환경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개편안에 동의하면서도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심의(정책)위원회를 위원회 구조가 아닌 이사회 구조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남 연구위원은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전문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현재의 위원회 구조에서 이사회 구조로 변경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이사회는 가입자 대표로 추천위원회를 꾸려 구성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준행 서울여대(경제학과) 교수는 "기금운용조직을 독립시켜 전문성을 확보하는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기금운용조직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예산과 인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연금운용위원회'로 재편해 최상위 의사결정기구로 두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남권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늘어난 기금 규모에 걸맞은 기금운용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최근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을 2% 높이면 보험료율 2.5%포인트를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오늘 토론회와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들에서 제기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해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책임성, 기금운용의 대표성을 조화롭게 구현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