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외국인 자금 유출 심화…환율, 외환위기 수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20 10: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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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외국인 자금 유출 심화…환율, 외환위기 수준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동남아 신흥국에서 투자 자금의 유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자금 유출은 동남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금융 조사회사 MIDF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동남아시아의 주요 주식 시장에서 4월말 이후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4월 27일부터 7월 10일 사이에 말레이시아 시장에서만 19억 6천만 달러의 순매도를 보였다.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인도네시아에서 10억6천만 달러, 태국은 9억 9천만 달러로 적지 않은 규모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대거 유출되자 현지 통화 가치의 하락세도 뚜렷하다. 정치가 혼란한 말레이시아의 링깃화와 '쌍둥이 적자'를 안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의 가치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 위기 시절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최근 달러당 3.8 링깃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어 연초에 비해 8% 이상 떨어졌다. 이달 초순에는 외환 위기 이후 17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달러당 1만3천300루피로 1998년 8월 이후 최저치다. 태국의 바트화와 필리핀 페소화도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주식 시장은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올해초에 걸쳐 해외에서 거액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 덕분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의 주식 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활황 장세가 펼쳐졌다.

자금 유출이 벌어진 것은 미국이 연내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인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과 주가의 급등락, 그리스 지원을 둘러싼 유럽의 혼란을 본 투자자들이 리스크 회피 자세를 강화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 우선은 신흥국에서도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약한 나라가 매도의 대상이 되기 쉽다. 동남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이런 나라에 속한다.

말레이시아는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국영 투자 회사 1MDB의 경영 책임을 둘러싸고 나집 총리와 마하티르 전 총리가 상호 비방 공세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초에는 회사가 나집 총리에게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법당국이 특별수사팀을 조직했다.

나집 총리 정권이 취약해지면 정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가 지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주력 수출 상품인 원유와 팜유 시장 침체로 말레이시아의 수출은 부진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의 최대 약점은 경제 구조의 취약성이다. 경상 수지와 재정 수지가 모두 적자여서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기 쉬운 상태다.

세계 4위의 인구(2억 5천만명)를 가진 인도네시아의 개인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왔지만 천연 자원 가격의 하락으로 고용 환경이 악화돼 소비는 오히려 침체에 빠지고 말았다.

태국 페소화 가치의 하락은 중앙은행이 지난 3월과 4월에 2개월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하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성격의 조치이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수출이 회복해야만 환율 하락이 멈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그러나 최근의 이상 조짐이 당장 외환 위기와 같은 사태로 악화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동남아 주요국들이 외환 위기를 교훈으로 삼아 당시의 5배를 넘는 외환 보유액을 구축했고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협력해 동남아 현지 통화 채권 시장을 육성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해외 자금 의존도도 전보다 감소한 상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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