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의원들 '신당'에 부정적이나 '합류 도미노' 가능성도
새정치 변화 없을 땐 '신당행 결단' 의지…박주선·박지원 행보 주목
(광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계기로 광주전남지역 정치권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진중인 혁신위 활동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둔 지역 국회의원의 생존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 위치에 남아야 할 지, 아니면 뛰쳐나와 새로운 살길을 모색해야 할 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 오기 때문이다.
이른바 '호남발 신당'의 시발점이 될 지 '찻잔 속 태풍'으로 사그러들지 그 어느 때보다 지역 정치권이 관심이 많다.
특히 정치 태풍의 중심에 서 있는 광주와 전남지역 현역 국회의원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대다수 국회의원은 탈당과 신당출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아니다 싶고 여차하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연합뉴스는 18일 광주와 전남지역 19개 선거구 가운데 새누리당이 차지한 순천·곡성을 제외한 18개 선거구 현역의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 광주...박주선 탈당 1호 가능성
광주지역은 5개 자치구, 국회의원 8명 중 드러내놓고 탈당 결행을 밝히는 현역은 우선 박주선(동구)이 손꼽히고 있다.
무소속 천정배(서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일단 탈당과 신당과는 일정 거리를 두고 관망중이다.
당 안팎에서 현역의원 탈당자 '1호'로 거론돼온 박주선 의원은 "혁신위 활동에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신당은 불가피한 흐름이며 탈당 흐름은 생길 수밖에 없다"이라며 "나름대로의 구상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당을 박차고 나가 새 당을 만들 준비태세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혁신위의 개혁 실체가 확인되지 않으면 9월에는 모종의 거사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현역의원들은 의외로 신당 출현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아직은 무게 중심이 신당에서의 '모험'보다는 기존 새정치에서의 '안주'을 기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동철(광산갑) 의원은 "현 단계에서 탈당, 신당은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하고 탈당 등은 최후의 수단으로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인인 우리가 탈당하는 것이 맞지 않다. 책임 부분을 강조하지도 않으면서 먼저 탈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심스럽다"고 박 전 지사를 꼬집었다.
하지만 김 의원이 현 문재인 대표 지도체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입장 변화는 시간 문제일 수도 있다.
지난 9·30 보선으로 진출한 권은희(광산을) 의원이나 장병완(남구) 의원은 "이야기할 입장이나 시점 아니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현 단계에서 당의 개혁이 중요하지 신당이나 탈당은 부정적이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신당의 중심에 선 인물인 천정배(서구을) 의원은 "신당과 관련해 박 전 지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닮은 이른바 뉴-DJ세력의 무소속 연대화를 추진중이나 신당이 가시화되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당이 출현한 상태에서 무소속 간판으로 뉴-DJ를 외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당이 가시화 되면 천 의원과 연대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친노로 분류되는 강기정(북갑) 의원은 "3선 도백의 탈당 자체가 인생 제2모작을 위한 행보로 의심스럽고 신당 자체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광주시당 위원장인 박혜자(서구갑) 의원은 "현역의원이 신당으로 움직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민들은 분당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당 화합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때 박준영 전 지사를 공직에서 모셨던 인연도 있다.
임내현(북을) 의원은 "당내 패권주의나 호남소외 등의 문제를 공감하고 있지만 혁신위의 개혁이 안될 것을 전제로 미리 결정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호남발 신당은 미동 단계지만 언제, 어떻게 폭발할 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전남...박지원 행보 주목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놓고 문재인과 격돌했던 박지원(목포) 의원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지금 새정치연합이 크건 작건 분당이 되는 건 상수로 보고 있다"며 "지금은 (신당 관련)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가시하되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신당론이 제기될때마다 주목을 받는 박 의원이 어느 방향으로 위치를 잡느냐에 따라 지역 정치권이 크게 요동칠 수 있을 전망이다. 박 의원은 새정치의 혁신이 물거품에 그치면 신당 출현이라는 거대 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를 연일 해대면서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전남지역 대다수 현역의원도 온도 차는 있지만 신당 출현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승용(여수을) 의원은 "신당 창당은 결사 반대며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까지 말했다.
결국 야당 분열은 내년 총선은 물론 2017년 정권 교체 실패 등이 필연적이다는 주장이다.
같은 지역인 김성곤(여수갑) 의원도 "분당으로 광주전남에서는 경쟁이 가능할 지 모르지만 수도권은 전패한다"며 감정적이고 어리석은 생각이다고 꼬집었다.
새정치 전남도당 위원장인 황주홍(영암.강진.완도.장흥) 의원은 "신당의 대의명분과 충정과 취지에는 100% 공감하지만 신당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새롭게 고쳐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내부 수선론을 주장했다.
분열되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전패 등 당 존립이 위험한 만큼 당을 내부수선하고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황 의원은 설명했다.
박 전 지사와 함께 전남부지사를 했던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의원도 "똘똘 뭉쳐도 부족할 판에 분당은 안된다. 지역민은 호남 승리보다 전국적인 승리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석(무안.신안) 의원은 "설사 신당이 태동해도 파괴력 없을 것"이라며 "신당 출현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신당이 태동하더라도 그 파급력은 미미할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김승남(고흥 보성) 의원도 "거대 여당에 맞서 싸운 것이 중요한 시점이며 당을 쪼개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새정치연합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영록(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신당은 결코 안되며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혁신위의 결과를 본 뒤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초선인 신정훈(나주.화순) 의원은 "코멘트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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