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름에 한글·한자 병기 허용해야"
사실상 부계·모계 성 병기 허용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부계와 모계의 한자 성(姓)을 병기해 이름을 짓도록 사실상 허용한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 동부지법 제12민사부(조건주 부장판사)는 한모(42)씨가 "딸의 이름에 한자와 한글을 같이 썼다고 출생신고서를 반려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 항고 사건에서 한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7일 밝혔다.
한씨는 2013년 8월 출생한 딸의 이름을 '韓李새봄'으로 써 관할 동사무소에 출생신고서를 냈다.
딸의 이름을 자신의 성인 한(韓)에다 아내의 성인 이(李)와 한글 '새봄'을 붙여 '韓李새봄'으로 지은 것이다.
하지만 2주 뒤 딸의 이름이 '한글과 한자를 혼합하여 사용해선 안 된다'는 가족관계등록 예규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딸의 출생신고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통지를 받았다.
한씨는 그해 11월 서울 동부지법에 똑같은 내용의 신청을 냈으나 각하되자 "예규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작명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항고했다.
재판부는 "예규가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항고인의 작명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예규는 이름에 한글과 한자가 혼용되면 성(姓)이 무엇인지 혼동될 여지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성은 원칙적으로 부계의 성을 따르게 돼 있고, 이름에 한글과 한자가 혼용된다 해서 일반인이 성이 무엇인지 혼동할 여지는 그리 크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은 부계와 모계 성의 병기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계 성을 따르는 것을 전제로 하되 이름에 한자와 한글을 같이 쓰는 것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 사실상 부계 성에 한자로 된 모계 성을 병기한 이름을 쓰려는 작명이나 개명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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