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주식, 글로벌 증시서 '찬밥'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해외 증시에서 자동차회사의 주식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7일 보도햇다.
도쿄 증시의 경우, 닛케이 평균지수가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에 힘입어 4일 연속 상승했지만 대표적인 엔저 수혜종목인 자동차주는 신통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혼다와 마쓰다는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하락했고 도요타의 주가도 주춤거렸다. 최근 일본 자동차회사의 주가 흐름은 연초에 닛케이 평균지수의 상승률을 보였던 것과는 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도쿄 증시는 상대적으로 자동차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자동차주의 고전은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독일 폴크스바겐(VW)과 미국 제너럴 모터스의 최근 주가는 3월의 고점에 비해 20% 하락한 상태다.
선진국 전체 주식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MSCI 세계지수의 '자동차업종지수'는 3월에 정점을 찍은 뒤 조정 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자동차주가 외면을 받는 것은 그리스의 채무 위기와 중국 주식의 불안 등과 같은 일시적인 충격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투자자가 우려하는 것은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10년만의 최고 성적을 보였지만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시장은 미국 만큼 밝지 않다.
유럽 18개국의 상반기 판매 대수는 작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692만대. 독일과 영국이 견조한 데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던 2010년의 711만대에는 미달하는 실적이다.
일본의 상반기 신차 판매대수는 11% 감소했다. 지난해 소비세를 올린 데다 국내 신차 수요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경차가 4월부터 증세 대상이 된 탓이 컸다.
무엇보다도 자동차회사들을 압박하는 것은 세계 판매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인 중국의 상황이다. 중국의 신차 판매 증가율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6월의 신차 판매 대수는 3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수준을 밑돌고 있다. 상반기의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천185 만대에 그쳐 지난해 연간 성장률(6.9%)을 크게 밑돌았다
메릴린치 일본 증권의 우에다 유스케 수석전략가는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가 거론되는 가운데 유럽 자동차회사들이 성장 시장으로 보았던 중국 주가 하락은 역자산효과를 초래해 판매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말했다.
아시아 신흥국의 자동차 시장도 침체한 모습이다. 인도네시아는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태국의 국내 소비는 신통치 않다.
브라질의 상반기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131만대다. 경기 침체가 선명한 데다 2012∼2014년 경기 부양책으로 신차 구입시의 세율을 경감해 가수요가 발생한 후유증도 작용했다.
미국의 상반기 판매대수는 4% 증가한 852만대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 판매대수는 14년만에 처음으로 1천700만대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 듯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일제히 미국 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는 향후 3년에 미국의 공장 증설에 5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고 도요타 자동차는 멕시코에 공장을 신설해 미국을 겨냥한 공급 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개인들의 소비 둔화 등 장래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 자동차 시장이 안고 있는 최대의 불안 요소는 바로 금융정책의 동향이라고 말했다. 미국인의 90% 가량이 대출을 받아 신차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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