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여고생·은퇴교사·아기업은 주부까지 "평화헌법 지키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16 22: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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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 법안 중의원 통과 후 국회의사당 주변서 시위
질서정연했지만 단호한 결기…지방에서 온 이들도 눈에 띄어
△ 16일 도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시민들이 집단 자위권 법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교도.연합뉴스)

도쿄서 여고생·은퇴교사·아기업은 주부까지 "평화헌법 지키자"

집단자위권 법안 중의원 통과 후 국회의사당 주변서 시위

질서정연했지만 단호한 결기…지방에서 온 이들도 눈에 띄어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죽이고 죽는 것이 싫다'는 고교 3학년 여학생. 손주들이 전쟁터에 가는 꼴은 볼 수 없다며 500km 이상 떨어진 오사카(大阪)에서 온 60대 연금 생활자 부부. '34년간 일본이 왜 전쟁을 했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쳤다는 60대 은퇴 교사. 아기를 등에 업고 온 주부.

일본 중의원에서 집단 자위권 법안이 여당에 의해 강행 처리된 16일 저녁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열린 반대 시위에서 만난 얼굴들이다.

이날 시위대 인파는 의사당 주변 수백m의 보도를 촘촘히 채웠다. 6만 명(주최측 추산)이 모였다는 전날 규모에는 못미쳐 보였지만 분위기는 뜨거웠다. TV영상에서 본 55년전 미일안보조약 반대 시위대처럼 '잡아먹을 듯한' 기세는 찾아볼 수 없는 질서정연한 시위였지만 참가자들에게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느껴졌다. 특히 데모 활동을 꾸준히 해온 시민단체와 무관해 보이는 일반 시민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참가자들은 "아베 신조로부터 일본을 지키자", "아베는 당장 그만두라", "헌법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도로변에는 탈진하는 시민이 나오지 않도록 무료로 생수를 공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바라키(茨城)현에서 왔다는 20대 여자 회사원은 "(집단 자위권 법안이) 헌법 위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강행처리한 것은 권력을 가진 정부가 입헌주의를 무시한 일이기에 정말화가 난다"며 "이런 난폭한 태도로 (집단 자위권을) 더욱 난폭하게 사용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사카에서 아내와 함께 왔다는 65세 남성은 "손주가 셋 있는데 천진하게 노는 그 아이들 세대가 전쟁터에 가게 해선 절대 안 된다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헌법을 지켜야할 총리가 평화헌법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배를 데리고 처음 시위에 참가했다는 17세 고교 3학년 여학생은 "어려운 것은 모르지만 가장 싫은 것은 죽이고 죽는 일"이라고 밝힌 뒤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법안에 찬성하는 아이들은 적다"고 전했다.

34년간 고교 사회과 교사로 재직한 뒤 사이타마(埼玉)현에서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이노우에(63세·여) 씨는 "일본이 왜 전쟁을 했는지를 역사 수업 시간에 가르쳤는데 이런 상황이 올 줄 생각 못했다"며 개탄했다.

그는 "일본은 왜 전쟁을 반성하지 않는지 안타깝다"며 "과거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고 한반도를 식민지배 한 것을 제대로 인정해가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제공헌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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