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눈감은 시절, 빛을 간직한 소녀와 소년 이야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16 19: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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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퓰리처상 수상작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번역 출간

모두가 눈감은 시절, 빛을 간직한 소녀와 소년 이야기

올해 퓰리처상 수상작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1934년, 프랑스 파리의 소녀 마리로르는 앞을 볼 수 없다. 마리로르는 박물관 열쇠 관리인인 아버지가 만들어준 도시 모형과 퍼즐 상자, 점자 책을 보며 눈 대신 온몸으로 세상 보는 법을 익혔다.

아버지가 일하는 박물관에는 133캐럿 크기 '블루 다이아몬드'가 있다. 손에 쥔 사람은 영생하지만 주변 사람은 죽는다는, 아니 그 돌을 가진 사람은 모두 자살한다는, 온갖 소문과 전설이 묻은 이 돌덩이는 13개의 잠근 문을 열어야만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의 기운이 프랑스에 다가오자 박물관장은 이 다이아몬드의 모조품 3개를 만든다. 돌덩이 4개 가운데 하나를 마리로르 아버지에게 주며 떠나라고 한다. 마리로르와 아버지는 이 돌을 들고 해안 도시 생말로로 피신한다.

같은 시간, 독일 탄광 도시 졸페라인에 사는 소년 베르너는 고아원에서 여동생 유타와 함께 산다.

누구도 베르너에게 희망을 말하지 않지만, 베르너는 쓰레기장에서 주운 라디오로 몰래 과학 방송을 들으면서 스스로 통신 기계에 눈뜬다. 베르너는 나치 눈에 띄어 청년 정치 교육원에 입학한다.

독일 침공이 가까워 오면서 마리로르가 숨은 생말로에도 폭격의 소리가 들린다. 어느 날 파리로 나간 마리로르의 아버지가 실종되고, 전설의 다이아몬드를 손에 쥐려는 나치 협력자가 마리로르가 있는 곳을 추적해 온다.

나치 교육원에 있던 베르너도 전쟁 현장에 투입돼 생말로까지 들어온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마리로르와 베르너는 기적처럼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미국 소설가 앤서니 도어의 장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작가가 10년에 걸쳐 쓴 작품이다. 작가는 2차 대전 당시 쓰인 일기와 편지를 조사하고 작품 배경이 된 독일과 프랑스를 수차례 여행했다.

작품의 주된 시간 배경은 1934년부터 1944년까지 10년을 오간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짧고 빠르게 넘어가는 챕터와 섬세한 묘사 때문이다.

마리로르와 베르너의 이야기가 한 챕터씩 번갈아 전개되는 이야기는 점차 두 사람의 만남을 향해 가면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어는 이 작품으로 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마리로르와 베르너는 시력을 잃고 아빠를 떠나보내는 깊은 상처가 있지만 순수한 영혼만은 잃지 않았다. 마리로르는 다이아몬드 앞에서도 초연한 단단한 소녀로 성장하며, 베르너는 어쩔 수 없이 나치군에 합류했지만 결국 마리로르에게 가까이 가는 길을 택한다.

"최고의 과학자들도 이따금씩 자기 주머니에 슬쩍 집어넣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거든. 그렇게 자그마한 것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에 혹해서 그런 거야. 값어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니까. 오직 강한 사람만이 그런 것에 끌리는 감정으로부터 등을 돌릴 수 있어."(1권 87쪽)

모두가 빛을 볼 수 없던 포화의 시대에 자기 스스로를, 그리고 가족과 소중한 것을 보호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최세희 옮김. 민음사. 각권 324·464쪽. 각권 1만3천500·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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