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총재 재선시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분기점…여론동향·야당대응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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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위헌 논란에 휩싸인 집단 자위권 법안을 16일(현지시간) 중의원(하원)에서 강행 처리했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이날 주요 5개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황에서 자위대법 개정안을 비롯한 11개 안보 관련법 제·개정안을 단독으로 표결,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법안은 최종 관문인 참의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이날 중의원 본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아베 총리(가운데)의 모습. |
'전쟁입법' 강행하는 아베, 민심이반 속 장기집권할까
"시간 끌면 불리"…정면돌파 선택, 주변국 외교로 지지율 관리할 듯
9월 총재 재선시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분기점…여론동향·야당대응 주목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여론 반발을 무릅쓰고 집단자위권을 행사 입법 강행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치적 기반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아베 총리는 여당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이번 정기국회(회기 종료 9월 27일) 중에 관련법 제·개정을 마무리하고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된 후 내년 참의원 선거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일본이 전쟁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해 아베 내각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여론 추이가 일본 정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위헌 소지·설명 불충분" 지적에도 표결 강행
최근 중의원 안보 법제 특별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하는 동안 여론이 눈에 띄게 악화했지만 여당은 표결 강행을 선택했다.
이는 참의원에서 심사가 지연돼 60일간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의원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해 입법을 마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다.
여당은 회기 만료 전에 여기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16일 법안을 가결해 참의원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표결을 하루 이틀 늦추는 등 형식적으로나마 숙의하는 모양새도 갖추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미루면 미룰수록 여론이 더 나빠진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특위 심사 과정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이 아베 총리와 엇박자를 내는 답변을 해 허점을 노출하기도 했고 질의응답이 반복될수록 자위대가 명확한 한계 없이 활동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일단 일정 지연을 막고 참의원으로 논쟁의 무대를 옮기는 일종의 '정면 돌파' 전략을 선택했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 표결 직후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전쟁을 미연에 막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했다. 이는 안보 위협 요소를 강조해 반대 여론을 무마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심사 대상이 된 여러 법안은 애초에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극히 이례적인 방식에 토대를 두고 작성됐기 때문에 참의원 논의 과정에서도 위헌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여름이 끝나기 전에 안보 법제를 정비를 마친다'고 한 미국 의회에서의 약속을 지키려고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각계에서 비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야당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보법안에 관해 덜 비판적인 유신당과 협의해 법안을 일부 수정해 중·참의원 양쪽에서 모두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피하고 대화·타협했다는 명분 만들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여당은 참의원 의석 과반, 중의원 의석 3분의 2를 넘게 점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이번 회기 중에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 70년 담화·주변국 외교 현안 관리하며 총재 재선 추진
아베 총리는 안보입법을 마치면 9월에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내 기반을 재정비하고 내년 참의원 선거를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머지않아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와 한일·중일 관계 등 주변국 외교는 안보 입법과 더불어 총재 선거 무렵까지 아베 총리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 및 중일 관계 개선을 시도하며 이를 지지율을 만회하는 소재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전후 70년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사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으며 이는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부르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또 일본 정부가 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후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정한다고 밝힌 것도 한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다만, 세계유산 등록 과정에서 한국과 합의라는 형식을 거친 것, 한국 정부가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 신사에서 들여온 '동조여래입상'을 일본에 돌려주기로 한 것 등은 한일 관계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일본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아베 총리를 초청한 것을 계기로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한국과 일본 정부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이 역시 성사되면 아베 정권에는 '성과'가 된다.
아베 총리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지율이 위험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도록 관리하며 9월 말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을 시도한다.
현재까지는 당내 잠재적 경쟁자들이 출마 의사가 없음을 공공연히 밝혀 아베 총리가 무혈입성한다는 관측이 많지만, 내각 지지율 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아베 정치' 고비
아베 독주 체제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총재로 재선하고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하면 이는 그가 '필생의 과업'으로 꼽는 개헌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자민당 핵심 인사는 단계적인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궁극에는 군대 보유·전쟁·무력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를 수정하는 개헌이 시도될 전망이다.
그러나 원전 재가동, 안보정책, 특정비밀보호법 등 2012년 12월 아베 정권 출범 후 숱한 비판을 받은 정책에 대해 유권자가 혹독한 심판을 내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참의원에서 의석 비율에 따라 여당이 중의원은 장악하되 참의원을 장악하지 못하는 이른바 '뒤틀린 국회'가 재연될 수 있다.
또 자민당 내에서 아베 정치에 맞서는 세력이 대두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아베 정치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 상황의 변화는 여전히 아베 정치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아베노믹스가 침체한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아베 정권 출범의 동력이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권자가 체감하는 경기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내년 참의원 선거 때부터 현재 만 20세인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며 젊은 표가 어디로 쏠리는지도 아베 정권의 운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 출범 후 줄곧 무기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야당 동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중의원 선거 때는 유권자들이 아베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야당에 투표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야당 역량 부족, 공조 미흡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 5월 취임한 제2야당인 유신당 마쓰노 요리히사(松野賴久) 대표는 야당 재편에 의욕을 보이면서도 안보 법안에 관해서는 제1야당인 민주당 등과 공조하지 않고 독자 법안을 내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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