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한국·미국·일본을 떠돈 '황세손'의 죽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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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오늘> 한국·미국·일본을 떠돈 '황세손'의 죽음







(서울=연합뉴스) 2005년 7월16일 일본 도쿄의 아카사카(赤坂) 프린스 호텔에서 만 73세 남성이 숨졌다. 사망한 이는 이구(李玖).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이었다.

그의 죽음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옛 왕실'의 의미가 무엇인지 논란을 일으켰다.

이구는 순종의 뒤를 이은 '영친왕' 의민황태자(1897∼1970)와 일본 황족 출신 이방자(1901∼1989)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아카사카 프린스 호텔 자리는 원래 일제가 영친왕 일가에 내준 저택이었고, 이구의 출생지이기도 했다.

옛 왕실은 해방 후 탄생한 대한민국에서 환영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이구씨가 매사추세츠 공대(MIT)로 유학을 떠날 때에는 한국 여권을 받지 못해 연합군 최고사령부(GHQ)가 발행한 여권을 사용했을 정도. 대학 졸업 후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건축가로 활동한 그는 우크라이나계 미국인과 결혼했다가 일부 종친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1963년 귀국해 대학에 출강하기도 했지만 "나라를 망하게 했다", "일본의 피가 섞였다"는 등의 비난을 받은 끝에 다시 출국해 미국과 일본을 오갔고, 1982년에는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1996년 영구 귀국했지만 실제로는 지인들이 있는 일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1997년에는 도쿄 야스쿠니(靖國)신사측에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의 승전비인 북관대첩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전주이씨 한 종친은 "한국인이면서도 일본에서 떠돌아야 했던 자신의 모습을 북관대첩비에 투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구씨는 2005년 세상을 떠난 뒤에야 고국에 돌아와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 안식처를 마련했고, 고종의 아들인 의친왕(義親王·1877∼1955)의 손자 이원씨가 양자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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