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구청장, 쪽방 체험관 무산 후 SNS글 논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15 11: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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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수 인천 동구청장 "체험관 추진 직원 칭찬할 생각"

괭이부리말 구청장, 쪽방 체험관 무산 후 SNS글 논란

이흥수 인천 동구청장 "체험관 추진 직원 칭찬할 생각"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 괭이부리마을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쪽방촌 체험관'이 가난을 상품화한다는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고 백지화된 가운데 이 마을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이 다시 논란을 낳고 있다.

해당 지자체장은 쪽방촌 체험관 건립이 무산된 이후 이를 추진한 직원을 칭찬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겨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여전히 무시하는 듯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흥수(새누리당) 인천 동구청장은 괭이부리마을 내 옛 생활 체험관 건립이 무산된 지난 13일 오후 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논란과 관련한 글을 남겼다.

당일은 동구의회 복지환경도시위원회가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구가 제출한 '인천시 동구 옛 생활 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를 부결한 날이다.

당시 구의회는 전날 언론 보도로 쪽방 체험관 설립 계획이 알려진 후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하다"며 관련 조례(안)를 사실상 만장일치로 부결했다.

이 구청장은 페이스북에 "오늘(13일)은 00일보, 00신문, 전국방송에서 괭이부리 체험관 때문에 야단이 났다"며 "이 체험관을 누가 계획하고 추진했는지 아직 관광개발과에 묻지 않고 있다"고 썼다.

이어 "난 그 사람이 누구든지 적당한 기회를 봐서 칭찬하고 격려해 줄 생각"이라며 "진정 용기 있고 일할 의욕이 있는 직원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구청장은 또 "변화와 개혁은 피를 흘리는 전쟁보다 어려운 것"이라고도 썼다.

괭이부리마을에 쪽방촌 체험관을 세우는 것을 '변화와 개혁'으로 해석한 셈이다.

이는 애초 괭이부리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한 쪽방촌 체험관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 만석동 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 상근교사 임종연씨는 15일 "이곳 주민들은 돈 벌게 해달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삶의 자존감을 지키고 살 수 있도록 행정이 뒷받침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이번 논란은 구청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충분히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구청장의 글을 보고는 그런 기대를 접었다"고 토로했다.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씨도 "비판 여론이 들끓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어깃장을 놓는 게 고집인지 무지인지 모르겠다"며 "치적을 쌓기 위한 탐욕만은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 구청장의 이 글에 동구청 간부 직원이 김중미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단 것도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간부는 "그 마을이 계속 낙후되고 가난해야 영주로서 김 작가의 영향력이 유지되죠. 그 마을이 그만큼 환경이 개선된 것은 공무원들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라고 댓글을 썼다.

이에 이 구청장은 "정작 가난을 상품화해서 돈을 챙긴 사람? 그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가 봅니다"라고 재차 댓글을 달았다.

이 구청장의 페이스북 글과 댓글이 알려지자 괭이부리마을 주민들도 다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괭이부리마을 한 주민은 "인터넷에 구청장이 올린 글을 어제 전해들었다"며 "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인식 수준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는 "구청이 사과와 반성은커녕 김 작가의 명예까지 훼손하고 있다"며 "수십만 '괭이부리말 아이들' 독자들을 우롱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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