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FBI 신원조회가 흑인 교회 총기 참사 불렀다
약물 소지죄로 잡힌 백인 용의자, FBI 실수로 총기 구매해 난사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지난달 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 교회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한 용의자 딜런 루프(21)는 총을 살 수 없는 처지였는데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실수를 틈 타 총기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뻥 뚫린 FBI의 범죄 용의자 신원조회 시스템이 일어나지 않아도 될 총기 참사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애초 루프는 지난 4월 부친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45구경 권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생일 선물로 받은 돈으로 직접 45구경 권총을 사 범행에 쓴 것으로 FBI 수사 결과 밝혀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국가 신원 조회 시스템의 붕괴로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다면서 실수를 인정하고 나서 "이런 일이 벌어져 우리 모두 가슴 아프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루프는 지난 2월 말 아편 의존증 치료제인 '서복손'(Suboxone)이라는 약을 처방전 없이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연방법에 따르면, 사법 기관에 중죄로 기소된 용의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총을 살 수 없다.
미국 50개 주 중 30개 주에서 시행 중인 FBI의 국가 신속 범죄 용의자 신원 조회 시스템이 정상으로 작동했다면, 루프는 연방법에 따라 총을 결코 살 수 없던 셈이다.
그러나 루프의 범죄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다.
FBI의 신원 조회 시스템에 용의자의 범죄 기록을 입력하는 직원이 루프의 전과 기록을 보지 못한 것이 참사의 불씨가 됐다.
코미 국장은 "전산 입력 요원이 루프의 경찰 조서 기록을 봤다면, 루프의 총기 구매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애석해했다.
지역 경찰과 FBI의 범죄자 정보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루프가 자유롭게 총을 구매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FBI는 용의자의 신원을 검토해 사흘간 용의자가 앞으로 총을 구매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다. 용의자가 범죄를 자인하거나 유죄 평결을 받으면 총을 구매할 수 없다.
하지만, 루프가 약물 소지죄를 인정했음에도, FBI는 그의 신분 상태를 '지연 대기'로 표기했다.
코미 국장은 "월마트와 같은 대형 총기 판매점은 FBI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용의자에게 총을 팔지 않지만, 대다수 소매점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총기 거래와 관련해 FBI의 신원 조회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30일간 내부 조사를 지시한 끝에 9일 밤에서야 이번 참사의 중대 빌미를 FBI가 준 것을 발견했다.
FBI는 루프의 총기 난사로 희생된 9명의 유족을 만나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전했다.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루프는 유서 깊은 흑인 교회에 쳐들어가 성경 공부를 하던 9명에게 총격을 퍼부었다.
그가 흑백 차별을 조장하는 남부연합기를 흔든 사진이 발견되면서 남부연합기를 퇴출하자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공공장소에서 남부연합기를 추방하는 법을 제정해 10일 오전 주 의사당에서 이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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