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르포> 핵협상 시한 당일 대규모 반미 집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10 19: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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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르포> 핵협상 시한 당일 대규모 반미 집회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오전 11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차안의 온도계는 벌써 섭씨 43도를 찍었다.

경찰이 집회 장소인 테헤란대학 주변 도로를 모두 차단하는 바람에 차에서 내려 뙤약볕 속을 한참 걸어가야 했다.

10일(현지시간)은 '국제 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어 명칭)의 날'이다. 이슬람권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규탄하고 미국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날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사람들이 얼마 모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테헤란대학 옆 엔켈랍(혁명) 광장부터 집회에 참여하려는 시민들로 도로가 가득 메워졌다.

"말르그 말르그 이스라일, 말리그 말리그 움메리카"(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

집회 참가자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부부,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종교단체에서 함께 나온 단체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반미 구호가 적힌 피켓이나 현수막을 들고 테헤란대학 앞 엔텔라베 에슬라미 도로를 행진했다.

집회장 곳곳엔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는 모금함이 보였다. 특히 올해엔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습 중인 예멘 국민을 돕자는 모금함도 함께 등장했다.

어림잡아도 수만명은 돼 보였다.

테헤란 시 당국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소방차를 동원해 참가자들에게 물을 뿌리기도 했다.

집회 경비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공교롭게 핵협상 시한과 쿠드스의 날이 겹쳐 올해 참가자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에스말리(25)씨는 "핵협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미국이 협상을 자꾸 끌면서 이란의 양보를 강요하는데 이란은 이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반대하는 구호 속에 사우디를 비난하는 외침도 섞여 들렸다.

폭격으로 피투성이인 예멘 어린이의 사진 옆에 사우디 정치 지도자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대조한 대형 광고판이 분노를 돋우기도 했다.

평소엔 취재허가증에 관계없이 기자가 찍은 사진과 영상을 검열하고 삭제했던 경찰과 바시즈 민병대 대원들은 이날 만큼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했다.

심지어 "한국 언론이 쿠드스의 날을 직접 취재한 것은 처음인거 같다"며 "집회에 참여한 이란 시민과 얘기하고 싶으면 주선해 주겠다"는 경찰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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